업계 "시정조치 적용기간 10년, 경영자율성 우려"해외 슬롯 이전… 통합 시너지 약화 우려주식취득 완료일부터 시정조치 이행의무일
  • 국내 양대 항공사간 빅딜이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났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합병 시너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 국내에서 대형항공사 결합 최초의 사례인 만큼 1년이 넘어서 결론이 났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이전, 운수권 재배분 등 10년 간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구조적 조치가 이행되기 전까지 운임인상제한 및 좌석 공급 축소 금지조치를 병행 부과했다.

    대한항공은 조건부 승인 관련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경쟁환경을 만든다는 의미로 공정위의 운수권 및 슬롯 관련 시정조치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항공업계는 시너지를 위한 합병이 조건부 승인으로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정 조치 대상 노선의 경우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시장점유율 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제한을 인정하지 않아도 수용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통합항공사가 기존의 촘촘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정조치 이행 의무기간을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인 점도 과하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외생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업이기 때문에 시의적절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10년이라는 기간과 이행감시위원회의 존재는 회사의 자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다수의 해외 경쟁당국이 심사중에 있어, 각 나라마다 다양한 시정조치가 부과될 수 있어 외국의 심사결과를 반영해 최종 시정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한국 공정위 시정조치를 참고해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산업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 등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 여객 시정조치 대상노선
    ▲ 여객 시정조치 대상노선
    대한항공 측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며, 향후 해외지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가 해외 슬롯에 대해 신규 진입사 요청 시 정당한 사유 없이는 거절이 불가하게 한 조치에 대해선 해외공항을 허브로 가진 해외 항공사는 이미 압도적인 슬롯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슬롯 이전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결합 이전 경쟁상황의 유지 및 향후 경쟁촉진을 위해 5개 당사회사에 신규진입의 주요 제약요소인 슬롯과 운수권 개방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행태적 조치로 각 노선에 대한 운임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좌석간격·무료수하물 등 서비스품질 유지, 항공마일리지 불리하게 변경 금지 등을 부과했다.

    대한항공 측은 "2019년을 기준으로 할 경우 수요 대비 공급이 과잉돼 비용만 증가해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21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여객사업에서 합산 3조원 적자를 기록해 만약 2019년 기준 공급을 유지할 경우 1.5조원 적자가 추가로 발생해 연간 총 4.5조원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조치는 유지했지만 일부 문구를 수정해 2019년 기준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경우, 의무 내용이 조정 가능하게 했다.

    다만 공정위는 마일리지 관련해 2019년 말 대비 불리하게 변경 금지를 조치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미 2019년 12월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발표했다"며 "이전 제도로 환원될 경우 새로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소비자들의 기대를 침해하고 글로벌 경쟁력 하락 등 피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조건부 결합으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시정조치의 이행의무는 현재 다수의 외국 경쟁당국이 심사중인 상황을 감안해 '기업결합일(주식취득 완료일)'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