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롯데,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한화·SK네트웍스, 3세 경영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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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상장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에 돌입하는 가운데 오너 일가들의 경영권 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내이사 신규선임 및 재선임을 통해 경영권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오는 17일 효성중공업·효성첨단소재·효성티앤씨·효성화학 등 총 4개사와 18일 ㈜효성의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계열사별로 보면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는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동시에 ㈜효성은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을 사내이사로도 재선임한다.

    앞서 조현준 회장은 효성티앤씨에서 섬유·무역 PG장을, 조현상 부회장은 산업자재PG장을 맡았던 만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책임경영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형제의 전문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 직후부터 책임경영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본인은 지주사 ㈜효성 대표이사로 그룹 전반의 경영을 총괄하고 각 계열사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이끌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 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된데 이어 주력 계열사 이사회까지 진입하면서 그룹 장악력을 한층 확대하는 모양새다.

    다만, 일부 기관 투자가 및 시민단체의 반대는 부담이 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달 8일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이들이 여러 계열회사 임원을 겸직함에 따라 업무 충실도가 떨어지고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어 사내이사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조 회장은 오는 15일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어 징역이 구형될 경우 사내이사 선임에 난항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의 경우 23일 롯데제과, 25일 롯데지주의 주총을 통해 신동빈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오는 3월 양사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간 신 회장은 상장, 비상장을 가리지 않고 롯데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실질적인 지배력을 발휘해왔다. 현재 신 회장은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등 총 5개사의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롯데 또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국민연금은 롯데 계열사들이 신 회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할 때마다 반대표를 행사해왔다. 지난해 롯데케미칼 주총에서 신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으며, 앞서 2020년 롯데지주 주총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신 회장이 계열사 여러 곳의 등기임원을 겸하고 있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고려하면 부결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화되는 만큼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29일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한화의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김 사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수소와 친환경 에너지, 우주항공 등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며 3세 경영 승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김 동관 사장이 ㈜한화의 전략 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는데다 우주사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허브 팀장도 맡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2010년 한화그룹 차장으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한 김 사장은 2020년 9월 한화솔루션 사장으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전면에 나섰다. 당시 한화솔루션 부사장 직책을 맡은 지 1년도 안돼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이 급물살을 탈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한화그룹은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중심으로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등 3형제로의 경영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김동원 부사장은 금융 계열사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개발을 추진 중이며, 김동선 상무는 승마·호텔 등 레저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29일 SK네트웍스는 최성환 사업총괄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SK네트웍스 최성환 사업총괄은 전(前) 회장인 최신원씨 장남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다. 1981년생인 최 사업총괄은 2009년 SKC 전략기획실에 입사하며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SKC 회장실 임원, SK㈜ 사업지원담당, BM혁신실 임원 등을 거쳐 2019년 SK네트웍스 전략기획실장으로 이동했다. 

    SK㈜에서 다양한 글로벌 투자 경험과 역량을 쌓아온 최성환 사업총괄은 전략적 인사이트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래 유망 영역에 대한 10여 건의 초기 투자를 이끌어 왔으며, 블록체인 사업을 회사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키워가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 사업총괄은 SK네트웍스의 사업형 투자사로의 전환을 진두지휘하며 경영역량 입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내이사 선임을 토대로 SK네트웍스의 3세 경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