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어급 공모주 수익률 두자릿수 마이너스크래프톤 -41%·카카오뱅크 -33%·카카오페이 -30% 실적 부진에 주가 하락…높은 공모가 주관사 책임도
  • 지난해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상장된 기업공개(IPO) 대어들의 수익률이 처참한 수준이다. 애초 높았던 공모가가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을 울리는 IPO 대어의 배신이 잇따르면서 단기 실적에 과몰입한 증권사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상장한 대어급 종목들은 대부분 두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상장 당시 공모가를 밑돌며 낮은 시초가를 형성했던 크래프톤(-41.07%)은 첫날 종가 대비 지난 13일 기준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자회사 쪼개기 상장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카카오 계열사들도 주가가 부진하다. 지난 8월과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30.56%)와 카카오뱅크(-32.87%)도 30% 넘게 빠졌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19.41%), SK바이오사이언스(-18.04%)과 가장 최근 상장한 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14.56%)까지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중공업(22.42%)만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하며 선방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큰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등판했던 대어급 종목 대부분은 투자자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IPO 대어의 배신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증시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33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는 금리인상 이슈와 맞물리면서 수개월째 2600~2700선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대어급들의 주가 부진이 비단 약세장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기업이 상장 전후로 한껏 받았던 투자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중국 게임 규제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수익 감소 불안감이 커지고, 단일 지적재산권(IP)에 기대는 사업 구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주가는 플랫폼 사업 규제, 예상을 밑도는 여신 점유율 및 실적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먹튀 논란'까지 불 붙으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하기까지 했다. 

    비난은 상장을 맡았던 주관 증권사를 향해 있기도 하다. 상장 주관사가 설정하는 공모가 밴드 자체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공모주 인기가 높아지고 최종 공모가가 밴드 상단에서 결정되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주관사 측에서도 수수료를 높이기 위해 기업가치를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가가 높아져 최종 공모금액이 커지면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도 높아지는 구조다. 증권사들이 상장을 통해 무조건적으로 인수대가와 청약수수료를 남길 수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IPO 등으로 큰 인수주선 수수료 수익을 벌어들였다.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상장을 주관했던 KB증권은 1289억원을, 크래프톤과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주관을 했던 미래에셋증권은 1094억원을, 카카오페이 대표주관사인 삼성증권은 1081억원을 인수주선 수수료로 거뒀다.

    반면 공모가를 산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향후 주가가 결정된 후 엇갈린다. 주관사가 기업가치에 대한 예측에 실패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이에 대한 손해는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이다.

    때문에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 등은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를 퇴짜당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논란이 됐던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매도에는 증권사의 조언이 작용했다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반토막 난 주가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눈물 뒤엔 증권사의 무책임한 처사가 있었단 평가가 나온다.

    당국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매도가 법규나 규정상 별도의 제한이 없다는 원론적인 측면으로 조언했을지 모르겠지만 신규 상장법인의 경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행위이기에 도의적인 차원에서도 비판을 받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외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모주 투자 심리는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해도 그에 대한 손실은 청약에 참여한 일반투자자들의 몫일 뿐 증권사로서는 손해가 없다"면서 "증시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IPO 시장의 성과를 이어가려면 증권사들도 단기 실적에 과몰입해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