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기준 韓 33.2%… 17년 만에 정상 내줘中, LCD 시장 장악 이어 OLED 투자 속도 추격"정부, 반도체 만큼 디스플레이 정책도 관심 보여야"
  • ▲ 자료사진. ⓒ삼성디스플레이
    ▲ 자료사진. ⓒ삼성디스플레이
    중국이 LCD 산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추격한 결과 한국 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업고 OLED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가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은 41.5%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한국은 33.2%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한국이 1위를 차지하지 못한건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것은 저가 공세로 LCD 시장 패권을 거머쥔 영향이 크다. 중국 최대 패널 업체 BOE는 자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세계 최대 LCD 제조사가 됐다. 지난해 LCD 매출 286억달러로 전체 LCD시장의 26.3%를 차지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TV·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증가하고 LCD 패널 가격이 오르면서 BOE, 차이나스타(CSOT), 톈마, 비전옥스 등 중국 기업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 생산을 줄여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중 LCD를 완전 철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도 TV용 LCD 국내 생산라인은 점차적으로 줄이며 IT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대신 OLED로 전환하며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형 OLED에서 압도적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QD 디스플레이 양산에 돌입하면서 대형 OLED에도 시동을 걸었다. 그간 대형 OLED를 독점 생산해 왔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소형 OLED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해 3조3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양사 모두 대형과 중소형을 아우르는 OLED 제조사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도 OLED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올 1분기 BOE의 플렉서블 OLED 출하량은 2020만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BOE의 플렉서블 OLED 점유율은 21.8%로, 전년 동기 대비 6.1%p 상승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BOE가 중소형 OLED 부문에서 LG디스플레이를 추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BOE를 중심으로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며 "BOE는 이미 LG디스플레이는 추월한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이 LCD에 이어 OLED까지 거세게 추격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우려 또한 지속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지난 3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가 132억달러로 최고 수출액을 기록한 가운데 디스플레이가 24억5000달러로 2위 수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스플레이가 반도체와 함께 국내 수출을 지탱하는 핵심 산업임에도 정부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도체·2차전지·바이오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과 규제 개선 내용이 담긴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이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디스플레이는 제외된 것이 단적인 예다.

    이에 대해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가) 중요한 사업이라고 인정해주고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관련 정책과만 봐도 '반도체디스플레이'로 묶이면서 반도체에 정책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도체와 배터리처럼 디스플레이도 정부의 관심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