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리스크 높고, 자본 부족해 지분 15% 요구""공동 경영권 아닌 단순 소주주 방어권" 주장해 온 삼성에 힘 실려삼성바이오, 손실 불구 연결 자회사 회계처리… "단독지배 근거"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미국의 제약회사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당시 경영권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왔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사업의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 개념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공동 경영권이 아니라, 소수주주의 방어권에 불과하다는 삼성측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09년 7월 삼성바이오 설립 전 작성된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에서 작성된 보고서를 근거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래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진술도 나왔다. 삼성이 에피스 설립 시점부터 주식가치를 평가할 수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9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44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계 의혹이 다뤄졌다. 재판부는 매주 목요일 진행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혹 재판에서 외부회계감사법 위반 혐의 내용을 떼어내 삼정회계법인 재판과 병합했다. 이에 지난 3월부터 매 3주마다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재판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 이 모씨가 출석했다. 그는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2011년 삼성 신사업추진단에 합류해 바이오사업 관련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모씨는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지분율을 낮추고 콜옵션을 부여받은 것은 자본금이 부족하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 85%, 바이오젠 15%의 지분으로 출범한 합작사다. 이후 바이오젠은 지난 2018년 6월 콜옵션을 행사해 ‘50% - 1주’까지 지분율을 늘렸다. 

    이 모씨는 "삼성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초기 바이오젠에 지분율 50:50을 제안했지만, 바이오젠의 요구로 변경됐다"며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리스크가 컸고 자본금도 부족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젠은 콜옵션 행사한 후 4년이 지나지 않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로직스에 전량 매도했는데, 이는 바이오젠이 자회사로 두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변호인단 질문에 "경영권보다는 지분 투자를 통한 경제적 이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도 그렇게 인지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과 바이오젠이 보유한 에피스 지분 1034만1852주(50%-1주)를 23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모씨는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로 처리하면 손실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연결 자회사로 회계처리한 것을 보면 설립 당시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했다고 볼 수 있냐'는 변호인단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은 맥킨지 보고서를 제시하며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시점부터 가치를 평가하는 게 가능한지 여부도 집중적으로 물었다. 검찰은 보고서를 근거로 설립 시점부터 주식가치를 평가할 수 있었던 만큼 해당 기업을 관계사로 보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해야 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와 관련 변호인단은 맥킨지 보고서는 단순히 컨설팅 의뢰에 따른 결과물일 뿐 가치평가를 위한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모씨 역시 "사업과 관련 타당성을 논의하는데 활용할 순 있지만 회계처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신뢰성이 높지 않다"며 "보고서 작성된 시기도 바이오시밀러 산업도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해 미래를 추정하는데 오차가 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