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소형빌라-다세대 주택수 제외 검토대학가-업무지구 매수문의 늘고 호가도 올라청약 경쟁률-경매 낙찰가율도 고공행진
  • ▲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외벽에 붙은 홍보 안내문.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외벽에 붙은 홍보 안내문. ⓒ연합뉴스
    "최근 소형 오피스텔 매수 문의가 2~3배 수준으로 부쩍 늘었습니다. 전월세가 아닌 매수 문의가 늘어난 것은 거의 2년 만인 것 같아요. 실제 매매가 활발해지진 않았지만, 문의가 늘어나니까 집주인들도 호가를 올리고 있어요." (서강대역 인근 A공인 대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소형 빌라와 다세대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산정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한 때 애물단지 신세가 됐던 소형 오피스텔이 다시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직 거래량 증가 추이는 뚜렷하지 않지만, 매수 문의가 증가했고 매매가격도 오르고 있다는 것이 일선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소형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는 신촌, 강남, 마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최근 매수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위에서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빌라, 다세대주택, 오피스텔을 종부세 산정 기준이 되는 주택 수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한 이후 시장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소형 오피스텔의 경우 2020년 8월 정부가 종부세율을 기존 0.6~3.0%에서 1.2~6.0%로 높이면서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매수수요가 크게 위축됐고, 이에 더해 취득세를 중과할 때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매수 문의가 끊겼다.

    과거에는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보지 않아 오피스텔을 보유한 상태에서 아파트 한 채를 취득하더라도 1주택자 수준으로 취득세가 부과됐는데, 법 개정 이후 오피스텔(과표 1억원 초과)을 보유한 상태에서 아파트를 사면 취득세율이 8%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피스텔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가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수위가 임대주택 사업자에 한해 소형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배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취득세율이 조정되지 않더라도 종부세 부담이 줄면 오피스텔을 더 보유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주요 대학들이 모여있는 이대역 인근 B공인 대표는 "2020년 8월 정부가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한 이후 오피스텔 시장은 1년 6개월째 매수자 우위인 상태로 유지됐지만, 인수위 발표 이후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더 비싼 가격에 내놓으려는 집주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매매가격이 올라갈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준공한 '신촌자이엘라'는 전용 32㎡(4층) 호실이 4월12일 2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2020년 7월에는 동일면적·층수 호실이 2억6900만원에 팔렸는데, 당시 가격보다 600만원가량 비싸게 팔린 것이다.

    2004년 입주한 오피스텔 '이화인비따레' 전용 22㎡의 경우 4월5일 7층 호실이 1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2020년 12월 매매가격 1억4100만원보다 900만원 올랐다.

    대학가와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인근 업무단지의 주거수요를 흡수하는 마포구청 인근에서도 소형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2018년 1억4900만~1억6000만원대로 분양한 '미르웰 한올림' 오피스텔의 경우 올해 초에는 1억58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내려갔으나, 최근에는 1억74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 'KCC 상암 스튜디오 380'도 4월7일 전용 20㎡(10층) 호실이 1억5500만원에 팔리면서 지난해 10월 동일평형 매매가격 1억4700만원(6층) 대비 800만원 올랐다.

    업무지구인 강남·서초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곳도 한때 분양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거래가 됐지만, 현재는 분양가 수준을 회복했다.

    2014년 입주한 '강남 푸르지오시티 2차'의 경우 4월7일 전용 22㎡ 호실이 1억58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동일면적에서 지난해 1월 거래된 종전 최저가 1억3000만원보다 2800만원 높은 금액이다. 이 오피스텔의 분양가는 1억5300만원이었다.

    서초역 인근 C공인 대표는 "서초와 교대, 남부터미널 인근 오피스텔들은 2020년 이후 매매가격이 하락했지만, 지금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100만~2000만원씩 올리고 있다"며 "그런데도 매수 문의는 두 배 수준으로 올랐고, 매매가격도 다소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온기는 청약시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오피스텔 15개 단지 4018실 청약에 4만2356명이 접수해 평균 1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경쟁률 4.2대 1의 2.5배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법원경매에서도 빌라와 오피스텔의 낙찰가율이 반등하고 있다. 대개 경매 참여자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때 응찰가격을 높게 쓴다.

    빌라 낙찰가율의 경우 지난달 90.2%까지 떨어졌지만, 이달 94.0%까지 반등했다. 감정가 1억원짜리 주택이 지난달 9020만원에 낙찰됐다면 이달에는 9400만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이 기간 오피스텔 경매 낙찰가율도 91.9%에서 100.7%로 대폭 올랐다.

    새 정부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현실화하면 등록임대주택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임대사업자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인수위가 검토하는 것과 같은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2020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철폐를 골자로 하는 7·10대책이 나오면서 임대사업자 제도가 사실상 폐지됐는데 이 기간 등록임대주택은 55만가구에서 147만가구로 급증했고, 임대사업자도 16만명에서 49만명으로 증가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형 오피스텔이 주택 수에서 실제로 제외된다면 투자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사려는 다주택자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소형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가 가능한 아파텔과 달리 수요가 끊기면서 2년간 암흑기를 거쳤다"며 "정부 정책이 완화되면 수요는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