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내 취식 가능… '시식코너 부활'하나로마트 양재점, 시식 이후 매출 최대 6500% '껑충'"냉동·가공 신제품은 시식후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 많아"
  • ▲ 시식매대 운영에 앞서 주의사항에 대해 듣는 모습ⓒ정상윤 기자
    ▲ 시식매대 운영에 앞서 주의사항에 대해 듣는 모습ⓒ정상윤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지난달 25일부터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취식이 허용됐다. 시식대 운영 이후 만두와 비빔면, 과일 등의 매출이 두 자리 수 올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정말 시식매대 운영이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될까. 2년여가 넘는 기간 동안 방역 수칙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거리감이 단숨에 좁혀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커졌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 일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보건증도 발급받았다.  

    지난 4일 찾은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일평균 매출 10억원, 평일 평균 방문 고객 수가 2만여명을 넘는 말 그대로 대형마트다. 주말에는 방문자수가 2만5000여명에서 3만여명에 달한다.

    이날 기자는 오후 반나절 동안 실제 축산(삼겹살) 시식매대를 운영했다. 먼저 필요한 보건증을 확인하고 여사님께 운영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소금간을 하고 삼겹살 앞뒷면이 먹음직스러운 갈색 빛을 띠도록 구운 뒤 약 3㎝ 간격으로 자르면 된다. 고기는 소형 미니컵에 담아 녹말 이쑤시개와 함께 고객에게 건네면 된다. 기름이 흐르거나 튈 수 있어 불판 위에는 알루미늄 호일을 몇 장 덧대 깐 뒤 다시 종이호일로 덮었다. 조리 시간이 길어지면 맨 위에 덮은 종이 호일만 교체하면 되는 방식이다.
  • ▲ 기존과는 달리 시식대간 3m, 시식 인원간 1m 이상 떨어져야 한다.ⓒ정상윤 기자
    ▲ 기존과는 달리 시식대간 3m, 시식 인원간 1m 이상 떨어져야 한다.ⓒ정상윤 기자
    약 4시간 동안 진행되는 시식에 사용되는 삼겹살은 2㎏ 정도.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삼겹살 시식에 사용했던 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징검다리 황금 연휴를 앞둔 평일 오후 시간대임을 감안하면 시식에 대한 관심도가 생각보다 높다는 설명이다.

    걱정되는 것은 달라진 시식 가이드를 고객들이 잘 따라줄까 하는 점이었다. 기존에는 점포나 소비자에게 별다른 제한이 없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개되면서부터는 시식대간 거리 3m 이상, 시식자간 거리는 1m 이상을 유지해야한다. 시식대의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취식할 수 없으며 작은 종이컵 등 개별 식기에 옮겨 담아 전달해야한다. 고객은 시식을 마친 뒤 일회용 식기 등을 직접 버려야한다. 또 시식물을 소비자가 들고 이동하면서 섭취할 수 없다.

    시식대는 식료품 매대가 시작되는 구획의 가장 앞자리에 위치해있었다. 식품류를 구입하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자리였다. 불판에 열이 오르고 고기가 거부할 수 없는 맛있는 냄새를 내며 익어가자 장을 보던 고객들이 시식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시식 해보고 가세요’라고 호객도 했지만 좀처럼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미 수 년 동안 해당 점포에서 근무하셨다는 여사님은 “며칠 전에 삼겹살 시식을 진행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아직은 조심스러워 하시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코로나19 이전만큼 (시식물량이) 나가는 걸 보면 금방 예전과 같이 활발한 시식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 한 번씩 고객분들이 몰리는 탓에 가이드를 철저히 지키기는 쉽지 않았다ⓒ정상윤 기자
    ▲ 한 번씩 고객분들이 몰리는 탓에 가이드를 철저히 지키기는 쉽지 않았다ⓒ정상윤 기자
    처음 시식대에 다가온 고객은 노년의 어르신 부부였다.

    장을 보러 자주 들리신다는 어르신은 “이제 시식을 다시 시작하는 거냐”고 물으셨다. 시식을 마친 뒤 사용한 종이컵과 이쑤시개를 기자에게 건넸지만 “직접 버리셔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식요원은 시식 외에도 점포의 안내소 역할도 수행해야했다. 시식대를 찾은 고객들 열 명 중에 두 명은 ‘아이스크림은 어디서 파느냐’, ‘포켓몬 빵이 4시에 나온다는데 왜 아직 없느냐’는 등을 물어왔다.

    응대 도중 다른 고객들이 와서 불판의 고기를 이쑤시개로 찍어갔다. 1m 이상 간격을 둬야하지만 몰려든 고객들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시면 안 된다”고 설명했지만 삼겹살은 이미 입 안에 들어간 상태였다. 불판 앞에 계속 서 있어서인지 그럴 때마다 이마에 땀이 맺혔다.

    이날 예정된 2㎏의 삼겹살 시식은 4시간여만에 종료됐다.

    이따금 시식 매대 상황을 보러 들르던 여사님은 “생각보다 소진이 빠르다”면서 “주말에는 시식 물량을 늘려야겠다”고 말했다. 마트가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약 4시간 동안 진행한 시식에서 대부분의 고객들은 다행히 변경된 시식 가이드를 잘 따랐다. ‘왜 들고 가면 안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방침이 바뀌었다는 말에 대부분 수긍했다.
  • ▲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시식매대 운영을 재개한 이후 관련 품목 매출은 평균 8.1% 올랐다ⓒ정상윤 기자
    ▲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시식매대 운영을 재개한 이후 관련 품목 매출은 평균 8.1% 올랐다ⓒ정상윤 기자
    대부분의 고객들은 다시 시작된 시식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게 체감이 된다”고 말하는 고객도 있었다. 멀찌감치 떨어진 다른 시식대에는 라면, 커피 등 가공식품 시식도 진행되고 있었다. 일부 매대에서는 제품 조리 없이 호객행위만이 이뤄지는 곳도 있었다.

    시식 재개는 일선 점포에서 매출 상승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이달 3일까지 진행한 시식 품목은 총 113종. 해당 품목 전체 평균 매출은 8.1% 늘며 시식의 힘을 입증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출시돼 시식을 진행하지 못했던 제품들은 말 그대로 ‘폭증’했다. 2021년 11월 출시된 풀무원의 ‘반듯한식 산삼배양근 삼계탕’ 제품은 6519%, 최근 출시한 오뚜기 ‘짜슐랭’ 제품도 900% 신장했다. 직접 맛을 봐야 판단할 수 있는 냉동·가공식품류, 신제품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기온이 올라서인지 탕용 어묵류, 부침두부, 커피믹스 제품들의 매출은 줄었다.

    농협유통 관계자는 “직접 먹어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합리적인 소비가 많아진 만큼 그간 신제품들의 성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시식 재개로 인해 가공식품들의 매출 상승과 동시에 제조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