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소주 대란' 우려 커져폭력 개입된 명분… 공감 사라져생존권 위해 타인의 생존권 훼손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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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투쟁에는 명분이 필요하다. 명분 없는 투쟁은 실리만을 좇는 이익집단의 폭력적 행위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며 7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20년 도입됐다. 교통안전 확보에 필요한 최소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경유 가격이 급격하게 오름에 따라 안전운임제 유지 없이는 생계 유지가 곤란한 상황이라며 제도 확대를 요구해왔다. 이밖에도 운송료 인상과 운송 산업 구조 개혁, 노동기본권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타당하다. 명분도 있다. 생존이 걸린 문제에서 누구든 냉정할 수 없고 정당한 요구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명분이 명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다. 현재의 파업은 공감을 잃어가고 있다. 정당한 요구가 과열되면서 다른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간접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라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도 파업을 이어가게 됐다. 이들은 지난 3월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한 이후 26차례에 걸쳐 파업 집회를 벌인 바 있다.

    이들의 파업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이천과 청주공장의 운송은 차질을 빚고 있다. 해당 공장들의 출고 물량은 평소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2일에는 이천공장 진입과 도로 점거를 시도하며 한때 생산라인이 멈추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경찰을 폭행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다음 날인 3일 정상 운영에 들어갔지만 이들은 동료 화물차주가 생산된 제품을 운송하는 것도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주류 도매상들은 공급이 막히자 직접 공장으로 찾아 제품을 운송하기도 했다.

    이들이 목줄을 틀어쥐고 있는 것은 현재까지는 하이트진로 제품의 공급망이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주류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제품 공급을 원활하게 받지 못해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해 9월 파리바게뜨 등 SPC그룹 가맹점으로 향하는 제품 운송을 막아서며 공급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제빵류에 비해 소주의 보관 기간이 더 길다는 이야기는 현재로서는 하등 상관 없는 문제다. 문제의 본질은 ‘폭력과 강압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행위다.

    행위에 폭력이 개입하는 순간, 명분과 공감은 사라진다. 이제 이들의 목소리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와 생계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것이 아닌, 오로지 이익시현을 목적으로 변질된 집단의 것이 됐다. 흩어진 명분을 다시 그러모으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법과 질서가 허락한 범위 내'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