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무기한 총파업 돌입… 안전운임제 유지·확대 주장국토부 "불법행위 엄정 대응"… 비상수송대책 추진·철회 요구최저임금 협상도 본격화… 勞 "대폭인상" vs 使 "동결 의견도"중대재해법·노동이사제 등 이슈 산적… 尹정부 노동정책 시험대
  • ▲ 주차된 화물차량들.ⓒ연합뉴스
    ▲ 주차된 화물차량들.ⓒ연합뉴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슬로플레이션 상황에서 노사정 갈등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달부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 간 심의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사정 협치가 시험대에 올랐다.

    화물연대는 7일 0시부터 예정대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총파업 전까지 정부와 모든 대화창구를 열어놓고 협의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달 2일 1차 교섭 이후 대화 요청이나 적극적인 연락도 없는 상황"이라며 파업 강행의 책임을 정부에 넘겼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16개 지역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했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2만5000여명이다. 화물연대는 조합원 대부분과 비조합원 화물노동자가 상당수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

    화물연대는 올해 일몰 예정인 안전운임제 유지는 물론 더 확대해야 한다는 태도다. 최근 경윳값이 폭등하면서 안전운임제 없이는 생계유지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의 과로·과적·과속운행을 개선하고자 도입한 최소 운임제도다. 우선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한해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일몰제로 시범도입돼 시행 중이다.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주는 화주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화물 물동량이 줄고 육상·해운 운임은 오르면서 화물운송업계뿐 아니라 화주들도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화주협의회는 안전운임제로 육상 운임이 단거리 기준으로 최소 30% 올라 연장 또는 확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화물연대는 이 밖에도 이외에도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화물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주장한다.
  • ▲ 지난 6일 오후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 주재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비 비상수송대책 점검회의.ⓒ연합뉴스
    ▲ 지난 6일 오후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 주재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비 비상수송대책 점검회의.ⓒ연합뉴스
    정부는 비상수송대책을 추진한다. 화물이 쌓일 것에 대비해 항만 장치능력을 확보하고 시멘트 등은 철도 등 대체수송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군위탁 컨테이너 차량을 투입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자가용 화물차의 유상운송을 허가하는 등 긴급화물을 차질 없이 실어 나른다는 계획이다. 파업 기간 10t 이상 사업용 견인형 특수자동차와 자가용 유상운송 허가 차량에 대해선 고속도로 통행료도 면제한다.

    정부는 노조원의 화물차 등을 이용한 출입구 봉쇄, 차량 파손 등 정상적인 화물운송을 방해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화물연대의 운송방해나 점거가 예상되는 항만, 내륙컨테이너기지(ICD), 고속도로 요금소·휴게소 등 주요 물류거점에는 경찰력을 사전 배치해 불법행위를 막기로 했다.
    국토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물류수송은 물론 국가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점에 화물연대 파업은 국가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국내경기를 위축시켜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화물연대에 총파업 철회를 다시 한번 요청하며 일선 화물차 운전종사자들은 명분없는 집단행동에 동조하지 말고 생업에 종사해달라"고 당부했다.

    주요 쟁점인 안전운임제 폐지와 관련해선 "화주·운송사·차주 간 의견이 첨예해 지난달 30일 열린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이달 초부터 기획반(TF)을 꾸려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었다"며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강조했다.
  • ▲ 최저임금 둘러싼 노사 간 엇갈린 시선.ⓒ연합뉴스
    ▲ 최저임금 둘러싼 노사 간 엇갈린 시선.ⓒ연합뉴스
    ◇최저임금 견해차에 갈등 최고조 치닫나

    노사정 갈등은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도 불거질 공산이 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날 경영계와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을 각각 제시하고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태도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5.4%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일찌감치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8.5% 올려야 한다며 대폭 인상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2018년(9.2%) 이후 4년 만에 최고 인상률이다. 민주노총은 한발 더 나아가 인상률 목표치를 10%까지 제시한 상태다. 양대노총은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저임금 핵심 결정 기준으로 생계비 재조명' 토론회에서는 시급 1만1860원(월급 환산액 247만9000원)을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경영계는 문재인 정부 초기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상기시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을 이유로 동결까지도 언급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업종별·지역별 차등지급 협상도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예상돼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첨예해질 전망이다.

    노사 갈등이 올해 우리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 될 거라는 관측은 연초부터 제기돼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해 12월21일부터 올해 1월4일까지 회원사 151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노사관계 전망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응답기업의 68.9%가 올해 노사관계를 지난해보다 더 불안하다고 전망했다. '비슷한 수준'이라고 내다본 기업은 27.8%에 그쳤다. 기업 10곳 중 7곳이 올해 노사관계를 부정적으로 본 셈이다.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도 1월2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노사이슈 현황을 점검하며 "지난해 대형사업장 무분규 등 지표상 노사관계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일부 파업 등 체감적인 노사관계는 다소 불안했다"고 평가한 뒤 "올해는 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근로시간 면제제도 논의 등 주요 노동정책 이슈가 복합적으로 제기되면서 갈등 이슈가 부각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었다.

    윤석열 정부가 복잡한 노사정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