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백내장 입원 불인정연간 1조 보상 새 국면보험업계, 허위청구 감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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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백내장 수술을 일률적 입원치료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실손보험금 지급을 놓고 파장이 예상된다.

    보험업계에선 실손 적자의 주범으로 꼽히던 연간 1조원 규모의 백내장 수술  허위·과다 청구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입원치료 적정성을 둘러싼 보험사와 계약자간 또 다른 분쟁 사례들이 나올 전망이다.


    ◆ "최소 6시간 입원실에 머물러야"

    20일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지난 16일 A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실손가입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앞서 3년전 백내장 진단을 받은 B씨는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을 이틀에 걸쳐 받고, 실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보험사가 입원의료비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B씨 측은 입·퇴원 확인서도 받았다며 '입원 의료'라고 주장했고,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2심에선 다른 결론이 나왔다. B씨 수술을 '통원치료'로 봐야 한다며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보험 약관상 정의 규정과 대법원 판례의 법리, 보건복지부 고시 내용 등을 고려했을 때 B씨가 받은 백내장 수술이 입원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입원의료비를 보험금으로 받으려면 최소 6시간 이상 입원실에 머무르거나 처치·관찰을 받아야 하는데, 하루 2시간 정도 수술을 제외하곤 구체적 기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에게 부작용이나 합병증 등 특별한 문제가 있지도 않았다"며 "단순히 입·퇴원 확인서가 발급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입원치료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 보험사 vs 소비자 반응 '극과 극'

    보험업계는 이번 판결로 실손 적자의 주범으로 꼽히는 백내장 과잉 수술을 막을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백내장 수술에 대해 '입원 한도(5000만원)'가 아닌 '통원 한도(하루 30만원)'가 적용되면서 이 같은 과잉 치료비 청구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간 백내장 수술은 도수치료와 함께 허위·과다 청구 사례가 많은 치료로 지적받았다.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일률적 입원치료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실손보험금 내 백내장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급증했다. 지난해 9.0% 수준이었던 비중은 올해 1월 10.9%, 2월 12.5%, 3월 17.4%로 올랐다.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올 1분기에만 457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론 역시 1조원을 상회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형평성 논란과 함께 명확한 규정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C씨는 "앞으로는 백내장 수술 후 실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많이 생겨날 가능성이 커졌다"며 "보험금 지급을 놓고 소비자들의 줄소송이 예상되는 등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입원 치료가 필요한 백내장 환자들이 피해 보는 일은 없도록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