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 넘어 1350~1400원 전망3월 이후 넉달새 외환보유고 235억불 증발600억불 한미스와프, 지난해말 종료19일 옐런 방한 실낱 기대
  • 환율 고공행진에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 들면서 한미 통화스왑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아 시장 불안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1310원을 뚫은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00원선을 기준으로 매수세와 매도세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가 상승 마감하면서 환율 하락이 점쳐졌지만, 저점을 기다리던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가 커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데는 미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으로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배경이다.

    원·달러 환율 1300원대는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이 강화되는 연말이면 1350원을 넘어 1400원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경기를 우려하여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시장 기대대비 완화적인 스탠스로 전환이 나오지 않는 이상 강달러 압력도 단기간 내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도 연고점을 경신한 상태이나 당분간 상단을 열어놓고 불확실성 해소 여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 지난 6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 앞. 원·달러 환율이 1300원으로 치솟았다ⓒ연합뉴스
    ▲ 지난 6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 앞. 원·달러 환율이 1300원으로 치솟았다ⓒ연합뉴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가 폭증하고, 이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경기침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6% 치솟아 외환위기 이후 2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정부는 재정 긴축을 선언해 경기침체 국면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환율 방어를 위한 총알도 떨어져 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94억3000만 달러 줄었다. 지난 3월부터 넉달 새 234억9000만 달러가 사라졌다. 한은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를 외환보유고 축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환율 방어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한미 통화 스왑 재개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통화스왑은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3월 19일 600억 달러 규모로 체결됐다가 지난해 말 종료됐다. 기축통화인 달러와 스왑을 체결하면 외화자금 조달을 용이해지고 외환보유액도 늘어난다.

    대통령실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1일 만에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통화 스왑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통화스와프 협의 진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논의가 이뤄진다고 알면 된다"며 "양국이 금융이라든가 통화, 재정 등 어떤 위기에도 신속하게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연준이 긴축기조를 더 강화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통화스왑이 실제 체결까지 이어지는건 쉽지 않아 보인다. 연준은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기준금리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5%p 올린다 해도 한미 금리는 역전돼 강달러 현상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일각에선 오는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통화스왑 재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에도 미국은 금리를 인상할 것이기 때문에 환율은 상승하고 외환보유고 손실은 확대될 것"이라며 "상설 통화스왑은 외환시장 심리를 개선해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