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한화손보 등 150% 넘겨LAT 잉여액 가용자본 인정 등 규제완화 덕내년 새 회계제도 앞두고 불안감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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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재무건전성 위기를 겪고 있는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40~50% 가량 수직상승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덕분으로 코앞으로 다가온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응에도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근원책인 해결책에는 못 미쳐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상반기 말 기준 RBC 비율은 180.3%로 전분기 보다 48.8%포인트 올랐다.

    RBC 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00% 미만은 경영개선권고, 50% 미만은 경영개선요구, 0% 미만은 경영개선명령 조치를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농협생명의 경우 지난 1분기 말 RBC 비율이 131.5%까지 떨어지며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별다른 자본 확충 없이 한 분기만에 RBC 비율을 1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금융당국의 RBC 비율 규제 완화가 한 몫을 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말 RBC 산출부터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잉여액을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LAT는 각 보험사의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해 그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로, 내년 시행 예정인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금융위는 현행 RBC 제도가 금리 상승 시 자산 평가손실만 자본 감소로 반영해 RBC 비율이 하락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LAT 잉여액을 RBC 비율의 가용자본으로 인정한 것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협생명의 LAT 잉여액은 3조76518500만원으로, 이중 가용자본으로 인정되는 금액은 40%인 약 1조5061억원에 달한다. 그 덕분에 RBC 비율이 50% 가까이 수직상승하게 된 것이다.

    손해보험사 중 가장 큰 RBC 비율 하락세를 기록한 한화손보도 수혜 대상이다. 한화손보의 LAT잉여액은 6조509억5700만원으로 가용자본 가산액은 약 2조4204억원이다. 122.8%까지 떨어졌던 RBC 비율은 40%p가량 개선돼 금융당국 권고치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생명보험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던 DGB생명(84.5%)도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DGB생명의 지난해 말 LAT잉여액은 3158억700만원으로, 지난 4월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더하면 150% 이상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DB생명(139.1%)과 흥국화재(146.7%)도 가용자본으로 인정되는 LAT잉여액을 통해 RBC 비율이 10%p가량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권고치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RBC 비율 회복이 반가운 이유는 몇 개월 뒤면 적용되는 IFRS17 대비에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는데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자본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덕분에 한때 논란이 된 보험업계의 재무건전성 악화 이슈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다만 보험부채를 현재 시점의 금리와 손해율, 유지율 등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는데 따른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