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맥주병 회수율 97%… 재사용율도 높아업계간 합의 통한 공통 제원 '표준병' 효과와인·전통주 병은 재활용 어려워… 中企 비용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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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병보증금 반환제도가 시행된 지 25여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소주·맥주병 등에 범위가 한정돼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와인과 전통주 소비 수요가 늘면서, 해당 병에 대한 재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병보증금 반환제도는 제품 판매가격에 공병 가격을 포함해 판매한 뒤, 소비자가 소매점에 반환할 때 이 보증금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촉진하는 등 자원을 순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시행됐다.

    일반적으로 초록색 소주병, 갈색 맥주병 등 업계 협약에 의해 규격과 재질을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업체와 상관없이 공병을 회수해 세척한 뒤 라벨과 병뚜껑만 자사로 교체해 제품을 재생산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주와 맥주병의 공병 회수율은 97%이며, 이 중 파손됐거나 혹은 이물세척이 불가능한 병을 제외하고 재사용되는 공병은 86% 수준에 이른다.

    다만 해당 제도는 강제성이 없어 생산자가 필요에 의해 원하는 빈 용기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시행 가능하다. 현재 대부분의 전통주과 와인의 경우 공병보증금제도 대상이 아니다. 공병보증금제도 대상이 아니라고 회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소비자 협조를 얻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공병보증금제도를 통한 와인병 회수와 재사용에 대한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수량이 많지 않아 담론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와인 수입과 소비량이 크게 늘면서 이에 대한 재논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8년 2억4388만달러였던 와인 수입액은 지난해 5억5980만달러로 3년 만에 129% 폭증했다. 10년 전인 2012년 대비로는 2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와인 병의 경우 햇빛 등 외부로부터 변질을 막기 위해 어두운 색을 띄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브랜드에 따라 병의 형태와 색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소주·맥주병과는 달리 업체간 합의로 마련된 통일 제원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와인 병은 대부분 일반쓰레기로 취급돼 소각되며, 일부 리사이클링을 통해 무드등이나 화분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극소수로 대부분 개인이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백세주, 산사춘 등 전통주도 마찬가지다. 병의 형태와 색이 각각 다른 문제도 있지만 약주류의 경우 전반적으로 점성을 가지고 있어 재활용이 쉽지 않다. 세척 후 병 내부에 점성이 잔존할 여지가 많은 만큼 제품 품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 규모인 전통주 업체에서 회수와 재사용을 위한 제반 관련시설 구축에 대한 부담도 있다. 야적장과 세척시설에 더해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업계에서는 최소 400억원 이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업이 독자적인 공병보증금제도를 실시하고 재활용에 나설 수 있으나 자사 제품만을 회수·재사용해야 하는 만큼 소주·맥주병과 같은 효율을 갖추기 어렵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중소업체에서 공병회수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소주와 맥주병처럼 공통 제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미 병 디자인이 제품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론화가 이뤄지고 환경부 등 관련부처에서 선제적으로 업계간 조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