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병 아닌 자체 제작 병 쓰는 업체일수록 공병 회수율 낮아져지방 소규모 주류업체 "공병 회수해도 공장으로 다시 들여오는 물류비·인건비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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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련 사진. ⓒ뉴데일리경제DB

    공병 회수율이 저조한 지방의 소규모 주류업체들이 한 숨을 짓고 있다. 제품을 만들 때 신병(새로 제작한 병)을 사용하는 것보다 공병을 재사용하는 것이 제조원가를 낮추고 이익을 더 낼 수 있지만 한라산소주나 무학, 보해양조와 같은 지방 소규모 업체들의 경우 공병 재사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오비맥주 등 대형 주류업체들의 경우 제품 물량 자체가 많고 공병 회수율이 95%, 재사용률이 85%에 달한다.

    국내에서 1개의 신병을 제조하면 평균적으로 8회 재사용된다. 신병 제조원가가 80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를 8회 재사용하면 원가가 병 제조원가가 최대 8분의 1까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공병 재사용률을 높이는 것이 이익을 내는 것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물류비와 인건비를 감당하고서라도 공병을 회수해 재사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형 주류업체, 지방 주류업체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모양과 색이 똑같은 공용병을 사용하는 소주는 상관없지만 맥주나 자체 디자인된 병을 사용하는 업체는 공병 회수율도 낮을 뿐더러 재사용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도 상당해 부담이 가중된다.


  • ▲ 한라산 오리지널 소주. ⓒ한라산소주
    ▲ 한라산 오리지널 소주. ⓒ한라산소주


    제주도 현지 주류업체인 한라산소주의 경우 '한라산 올래 소주'는 공용병을 사용하지만 주력 제품인 '한라산 오리지널 소주'는 투명한 자체 병을 사용하고 있다.

    한라산소주 관계자는 "한라산 오리지널 소주는 그간 제주도에서 판매했지만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점차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다"며 "제주도에서는 공병 회수율이 95%를 넘어서지만 서울에서는 60% 정도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어렵게 공병을 회수한다 하더라도 차량과 배를 이용해 이를 다시 제주도로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물류비와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며 "서울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팔아서 이익을 낸다기 보다 제품을 홍보하고 알린다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라산소주는 지난 2014년 용인에 자체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등 공병 운반에 드는 물류 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나가고 있다. 

    지방 주류업체 A사 관계자는 "신병을 찍어서 판매하면 소주 1병 팔아봤자 이윤이 몇십원밖에 남지 않는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병이 많이 재사용 될수록 많은 이윤이 남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이름을 알리고 브랜드를 차별화하기 위해 병 모양을 특이하게 디자인해 차별화하고 싶지만 공병 재사용률을 생각하면 리스크가 너무 커 공용병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지방에서는 대부분 회수가 잘 되지만 서울로 보내지는 제품은 공병 회수율이 너무 낮아 거의 버려진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지방의 주류업체 B사 관계자는 "예전에 제품 차별화를 위해 공용병이 아닌 자체 디자인한 특수병을 사용한 적이 있다"며 "특수병은 일반병에 비해 출고가가 약간 높다보니 업소에서 소비자에게 파는 가격도 올려서 받다보니 제품 판매가 어려웠고 자연스럽게 공병 회수도 안되는 악순환이 계속 돼 결국 접었다"고 말했다. 

    B사처럼 특수병을 채택한 주류제품은 시중에도 여럿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 ▲ (왼쪽부터)하이트진로 '드라이피니시d', 오비맥주 '카스 비츠', 무학 '국화면 좋으리'. ⓒ각사
    ▲ (왼쪽부터)하이트진로 '드라이피니시d', 오비맥주 '카스 비츠', 무학 '국화면 좋으리'. ⓒ각사

    지난 2010년 8월 하이트진로 '드라이피니시d'와 오비맥주가 2015년 7월 선보인 '카스 비츠', 무학이 2013년 선보인 '국화면 좋으리'는 독특한 병 모양으로 출시 초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보해양조가 특수병을 적용해 2014년 4월 내놓은 소주 '아홉시반'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올 초 단종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도매상에서 특수병도 수거를 하긴 하겠지만 판매량이 적은 제품의 공병을 일일이 챙겨 제조사에 갖다주려는 곳이 많겠냐"며 "특수병을 채택한 제품 중에서 대형 히트를 친 제품이 없는 것도 공병 회수율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환경부는 공병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올 초부터 소주와 맥주병의 보증금을 각각 100원, 130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일부 소매상에서 빈병 받기를 거부하고 빈병 보증금 인상이 별다른 효과 없이 소비자 물가 상승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과 인천 지역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소매점 2052곳 중 반환을 거부한 업체는 574곳으로 거부 비율이 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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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련사진. ⓒ뉴데일리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