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주민들 "임기내 사업추진 어려울것… 선거 이용""장관직 걸겠다" 믿어볼 것…구체적 추진의지 보여야아파트값 하락세 본격화…매수문의도 뚝 끊겨
  • ▲ 고양시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박정환 기자
    ▲ 고양시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박정환 기자
    경기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지역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8·16 대책'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당초 계획보다 미뤄진 2024년에 내놓겠다고 발표하자 주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공약파기'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장관직을 걸고 일정을 앞당기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현장에서 만난 경기 고양시 일산의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 정책에 실망감을 표했다. 

    일산동구 마두동에 20년째 거주 중인 백모 씨는 "2년뒤 마스터플랜이 나오더라도 주민동의와 인허가 기간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 임기내 사업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라도 바뀌면 정책이 흐지부지될 수 있고 결국 정부만 바라보고 있던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산서구 대화동에 사는 양모씨는 "마스터플랜 공개 시점이 2024년인데 22대 총선과 겹친다"며 "결국 총선때까지 선거용 전략으로 1기 신도시 재정비 건을 써먹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관이 '장관직을 걸겠다'고 까지 말했으니 우선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며 "말로 끝날게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박정환 기자
    ▲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박정환 기자
    마스터플랜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통합재건축을 추진중인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신도시 지역과 단지별로 입지나 규모, 건축연한, 사업성 등이 제각각인데 마스터플랜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종합적인 계획을 짤게 아니라 규제부터 완화해 준비된 단지부터 선제적으로 재건축에 착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정책에 대한 ‘실망매물’이 늘며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도 지역민심을 들끓게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의 아파트값은 0.12% 하락했다. 전주보다 낙폭이 두배나 커졌다. 일산외에 분당신도시가 있는 성남시 분당구도 같은 기간 -0.07%에서 -0.13%,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도 -0.13%에서 -0.16%로 낙폭이 확대됐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 출범후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빠르게 상승했다. 부동산R114 조사결과 1기 신도시 아파트값 상승률은 대선 전 0.07%에서 대선후 0.26%로 3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마스터플랜 발표가 2024년으로 미뤄지면서 실망매물이 늘었고 이는 아파트값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의 조사결과 ‘8·16대책' 발표 당일 고양시 일산서구와 일산동구의 아파트 매물은 각각 5.6%, 3.9% 증가했다. 

    일산서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대책 발표후 호가를 1억원 가까이 낮춘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며 "매물은 점차 쌓이는 이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당분간 아파트값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