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연말까지 금리인상 지속 예고이자부담에 수요 '뚝' …매물만 쌓여가고 호가 낮춘 '급급매' 속출…역전세난 우려
  •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매물 정보.ⓒ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매물 정보.ⓒ연합뉴스
    유례없는 4연속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시장의 빙하기가 지속되고 있다. 극심한 거래절벽으로 매매와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올연말 기준금리 3%가 현실화되면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면서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매매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집주인들이 내놓은 매물이 적체되자 집값 하락도 가팔라지는 분위기다.

    KB부동산의 월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8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879만원으로 지난달(12억8058만원)보다 179만원 하락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이 전달대비 하락한건 2019년 4월이후 처음이다.

    특히 금리 인상 여파로 매매수요가 바닥을 보이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금리가 계속 오르면 사실상 '거래 멸종' 상태에 이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울집값의 대장주인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3구와 용산 등에서도 집값 하락의 전조가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KB국민은행의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전달대비 0.72% 하락했다. 선도아파트50 지수는 전국 아파트단지중 시가총액(세대수와 가격을 곱한 것)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이다. 이 지수는 지난달 0.24% 하락했는데 한달만에 낙폭이 3배 확대됐다.

    하락거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이 2013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통해 아파트 매매거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서울에서의 하락거래 비중은 54.7%로 올 2분기 대비 13.2%p 상승했다.

    서울 서초구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매수요가 워낙 없는 탓에 호가보다 수억원이 떨어진 일부 '급급매'만 거래되고 있어 시장내 체감경기는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집을 팔겠다고 내놓는 집주인들은 많은데 매수 문의는 거의 2주 가까이 뚝 끊겨 매물만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대출이자 부담이 급증함에 따라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임대차 계약이 만료돼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90.2)보다 88.7를 기록했다. 2019년 7월 29일(88) 이후 3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수요는 바닥인데 전세 매물은 계속 늘고 있다.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 물량은 3만4012건으로 한달 전 3만1909건보다 6.5% 늘었다. 같은 기간 경기는 5.7%, 인천은 3.3% 각각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서울은 55.6%, 경기와 인천은 124.1%, 133.4% 늘었다. 

    이로 인해 전셋값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48% 올랐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7월 0.46% 떨어졌다. 이는 올해 8월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법의 여파로 전셋값이 급등, ‘전세대란’이 올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전세난 대신 역전세난이 심화하는 원인으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를 꼽는다.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불어나자 차라리 월세를 내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에 반전세·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대출 이자도 부담이 되고 최근에는 이사비도 만만치 않아 원래 이사를 계획했다가 기존에 살던 전셋집에 눌러앉는 세입자들이 적잖다"며 "새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시세보다 전셋값을 1000만원 이상 낮추거나,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깎아주는 집주인들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연말까지 금리를 3%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금융당국의 목표인 만큼 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