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반사이익 자명한데도 바라만 보는 복지부·건보공단 표준약관 개정 이전 가입된 1세대 실손에도 “환급금 되돌려달라” 의료안전망 취지 강조했지만 실제 환자 몫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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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당국이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올해 2조4000억원의 병원비를 환자에게 돌려준다고 알리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사가 이를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어 환자가 받는 혜택은 없고 오히려 보험사에 반사이익만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년째 논란이 됐으나 개선이 되지 않았고 보험사 이익에만 더 함몰되는 구조로 바뀌어 교통정리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부담상한제를 관리·운영하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다. 

    최근 본보에 제보한 환자 A씨는 보험사로부터 건보공단이 지급한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돌려달라는 재촉 전화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08년 1세대 실손보험에 들었고 해당 약관에는 본인부담상한제 공제 관련 내용이 없다. 

    통상 2세대 실손보험에서 본인부담상한제 연계 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있었는데 그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실제 2009년 10월 이후 실손보험은 표준약관이 개정됨에 따라 미지급의 근거가 존재한다. ‘보상하지 않는 손해 항목’에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의 경우 사전 또는 사후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에 대해선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A씨의 경우는 1세대 가입자임에도 보험사로부터 환급금을 되돌려 달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해당 보험사 측은 “우리는 1, 2세대 구분없이 전부 본인부담상한제를 공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이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보험사가 제시한 지난 7월 대법원 판결(2022다215814)은 2015년 실손보험 가입자의 사례로 1세대 가입자와는 다른 사안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약관 명시’를 근거로 들어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A씨는 약관에 본인부담상한제 규정이 담기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보건당국은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교통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 공사보험연계법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정리하겠다는 입장도 나왔었지만 제대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여러 문제가 산적한데도 지난 8월 복지부는 올해 175만명에게 2조4000억원을 돌려준다고 자료를 내며 “본인부담상한제는 소득하위 50% 이하와 65세 이상 고령층이 많은 혜택을 봤다”며 “의료안전망 기능을 보다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지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에 근거를 두고 건보공단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막상 국민이 본인부담상한제에 대해 듣는 경우는 보험사가 보험료 미지급을 통보할 때다. 소득분위별로 초과 의료비를 돌려준다는 취지는 무색해졌다. 

    관련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기관은 한국소비자원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원은 “국민이 준조세로 납부한 건강보험재정으로 사기업인 보험사를 지원하는 것은 중증·만성질환으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본인부담상한제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