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집행 실적 저조 ‘반쪽짜리 제도’ 전락… 대책 마련 중 내년부터 보상 범위·대상 확대 추진… 긍정적 기류본인부담상한제 등 의료비 지원제도 ‘맹점’… 통합운영 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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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가 ‘약자 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가운데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발생한 의료비로 가계가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영역에 대해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제도는 박근혜 정부가 시작해 문재인 정부로 이어졌지만, 문케어가 시행되면서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고 사각지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윤 정부는 저소득층 의료비 보장 차원에서 견고한 제도 설계를 추진하는 쪽으로 힘을 싣고 있다. 

    ◆ 상급병실료 보장하면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체계 ‘추락’

    지난주 마무리된 2022년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는 재난적 의료비 집행 실적 저조 등이 문제가 됐다. 

    당시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2021년 4년간 2~3인실 상급병실 급여화에 7855억이 투입된 반면 재난적 의료비 지원엔 330억원 집행에 머물렀다”며 “엄격하게 기준을 바꿔놓고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이고 재산(주택, 건물, 토지 등) 과세표준액 합산 5억4000만원 이하인 가구이면서 의료비 부담이 연간 가구 소득의 15%를 초과하는 경우다.

    대상 질환은 입원의 경우 모든 질환이며, 외래는 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희귀질환·중증 외상·중증 화상 등 6대 중증질환에 한한다. 지원 비율은 소득수준에 따라 50∼80%로 차등 지급된다. 

    최대 4000만원까지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퇴원 또는 치료 종료일로부터 180일 이내 신청하지 못하면 제도의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또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표류 중인 고가약 문제가 겹쳐있다는 것 역시 개선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이 의원은 “문케어가 시행된 지난 4년간 재난적 의료비 중 28%만 집행된 상황”이라며 “예산 확보가 중요한 시점으로 제약사가 작년에 납부한 건강보험 위험분담제 환급금이 3063억원을 재난적 의료비로 돌려 취약계층에게 사용하라”고 밝힌 바 있다. 

    ◆ 보상 범위 확대 등 긍정적 변화의 시작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문케어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기전으로 재난적 의료비 지원체계 활성화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로 읽힌다. 

    실제 내년부터 의료비 부담이 연간 가구 소득의 15%에서 10% 초과로 대상 범위가 넓어지며, 재산 기준도 과세표준액 5억4000만원에서 7억원 이하로 완화하는 방침을 추진 중이다. 지원 대상 역시 모든 질환으로 확대한다. 최대 연간 5000만원으로 지원 금액 역시 대폭 상향 조정된다. 

    또 내달 3일까지 입법예고 중인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신청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에 지급 세부내역을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신청에 필요한 서식 항목을 간소화해 신청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다.

    동시에 정부 주도로 개선방안 연구도 추진한다. 내달부터 내년 5월까지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과부담 의료비 발생의 재난적 충격을 사전에 보호하는 제도 방향성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해당 연구의 목적은 실태 및 성과 평가 기반 재난적의료비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대상자 중심 예방적, 통합적, 지속적 빈곤 예방 효과 제고를 위한 개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의료비 지원제 통합적 운영… 재정 낭비요인 없애야  

    재난적 의료비 확대 및 활성화는 한정된 재정의 틀 속에서 문케어 부작용을 줄이고 약자 복지 혜택을 우선순위로 올렸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중추적 보건의료 및 복지정책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그러나 본인부담상한제, 산정특례, 타 의료비 지원제도(국가, 지자체, 민간단체) 등 여러 정책이 개별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특히 본인부담상한제의 경우, 연간 2조원 넘게 소득분위에 따라 의료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민간보험사가 이를 배제하고 보험금 지급을 하는 약관을 적용 중이라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일지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재난적 의료비를 확대하면서 불필요한 재정 낭비를 억제하고 통합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은 것이다.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선정연 부연구위원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개선 방향’ 연구를 통해 “우리는 재난적 의료비 발생 가구 비율이 4.6%로 OECD 평균인 1.6%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저소득층의 의료비 지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비 지원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