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철 전 위원장 “의료비 때문에 빈곤문제 심각… 해결책 시급” 500억→5000억, 단계적 재난적의료비 재정 투입 확대 지역의료 살리기 핵심과제로… 공공병원 설립보단 ‘상급종병 네트워크 형성’
  •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은철 전 선대위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 위원장이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간담회에서 만나 약수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은철 전 선대위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 위원장이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간담회에서 만나 약수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윤석열 정부의 핵심 보건의료정책으로 ‘재난적의료비’가 급부상하고 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목적으로 하는 문재인케어 대신 실질적인 보장이 필요한 곳에 재정 투입을 확대한다는 기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박은철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 위원장(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은 본지를 통해 “현 정부에서는 비급여를 몽땅 급여화하는 것에 집중을 했고 이로 인해 지출이 많았으나 보장율 달성엔 한계가 있었다”며 견고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윤석열 캠프에서 보건의료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씽크탱크 역할을 수행했다. 아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해당 분야에 있어 무게감이 가장 큰 인물로 분류된다. 

    그가 제시한 해법 중 하나는 재난적의료비의 확대다.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케어의 목표와 달리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에 대응할 제도적 정비의 일환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의료비 때문에 빈곤에 나락에 떨어지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제도가 설계돼야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에서 재난적의료비로 고통을 받고 있는 비율은 대략 2.4%로 잡힌다. 이는 연간 가계소득 대비 의료비 비중이 40%가 넘는 상황임을 의미한다. OECD 기준으로 보면 0.5%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높다. 

    그는 “지금도 재난적의료비 지원은 존재하지만 연간 약 500억원 수준이라 해결이 어려운 구조”라며 “불필요한 재정 투입을 억제하고 바로 이 부분에 지원책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재난적의료비에 투입되는 재정을 500억원에서 5000억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하면 2027년까지 현재 2.4%에서 1.2%로 절반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정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최대 2조원까지 올린다면 1% 미만으로 현격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비로 인한 고통이 가중된 인구의 비율을 줄이는 것이 사회보험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라는 의미다. 재정의 문제는 우선순위를 재설정하는 데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은 “MRI나 상급병실료 급여화 대신 재난적의료비에 재정을 투입한다면 충분히 이해가능한 영역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문케어 진행과정에서 MRI가 급여화되자 두통 환자의 촬영 건수가 10배 가량 늘었다. 관련 문제는 도덕적 해이로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쓰이지 않아도 될 재정이 낭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2~3인실 상급병실료 차액 보장의 경우는 시급하지 않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급여권에 진입시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해당 문제는 제도적 규제요인, 즉 병원 전체 병상의 일부만 상급병실로 제한하는 기준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 공공병원, 늘리는 것이 묘책아냐… 상급종합병원 네트워크 중요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해 지방의료원을 살리는 것 역시 차기 정부 핵심 과제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는 70개의 중진료권으로 나눠 권역마다 최소 한 개 이상의 공공병원을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닌 현재의 지방의료원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박 전 위원장은 “공공병원의 문제를 보면 단순히 숫자를 늘리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방의료원에 환자들이 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국내 230곳의 공공병원이 존재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그 중에서도 효율적 운영이 가능한 곳은 10~20곳 남짓이다. 대부분은 위탁이나 상급종합병원과의 협력체계가 공고히 형성된 곳으로 좁혀진다. 

    그는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해서 상급종합병원과 네트워크를 통해 그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에 지역 공공병원을 지원하는 형태의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고 이를 수행할 경우 정부 차원의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로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박 전 위원장은 “충분한 보상을 통해 지역 상급종합병원이 참여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하고 또 의료기관간 경쟁을 통한 개선이 이뤄지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즉, 단순히 공공병원 확충이라는 문제에서 벗어나 현 구조 속에서 본질적 대책을 구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재난적의료비와 지역의료 활성화 문제는 선대위에서 보건의료정책을 구상한 사람의 입장에서 제안한 과제”라며 “공약에도 많은 부분이 담겼듯 새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