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철 전 위원장 “의료비 때문에 빈곤문제 심각… 해결책 시급” 500억→5000억, 단계적 재난적의료비 재정 투입 확대 지역의료 살리기 핵심과제로… 공공병원 설립보단 ‘상급종병 네트워크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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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핵심 보건의료정책으로 ‘재난적의료비’가 급부상하고 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목적으로 하는 문재인케어 대신 실질적인 보장이 필요한 곳에 재정 투입을 확대한다는 기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15일 박은철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 위원장(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은 본지를 통해 “현 정부에서는 비급여를 몽땅 급여화하는 것에 집중을 했고 이로 인해 지출이 많았으나 보장율 달성엔 한계가 있었다”며 견고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박 전 위원장은 윤석열 캠프에서 보건의료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씽크탱크 역할을 수행했다. 아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해당 분야에 있어 무게감이 가장 큰 인물로 분류된다.그가 제시한 해법 중 하나는 재난적의료비의 확대다.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케어의 목표와 달리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에 대응할 제도적 정비의 일환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박 전 위원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의료비 때문에 빈곤에 나락에 떨어지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제도가 설계돼야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현재 국내에서 재난적의료비로 고통을 받고 있는 비율은 대략 2.4%로 잡힌다. 이는 연간 가계소득 대비 의료비 비중이 40%가 넘는 상황임을 의미한다. OECD 기준으로 보면 0.5%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높다.그는 “지금도 재난적의료비 지원은 존재하지만 연간 약 500억원 수준이라 해결이 어려운 구조”라며 “불필요한 재정 투입을 억제하고 바로 이 부분에 지원책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재난적의료비에 투입되는 재정을 500억원에서 5000억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하면 2027년까지 현재 2.4%에서 1.2%로 절반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정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최대 2조원까지 올린다면 1% 미만으로 현격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의료비로 인한 고통이 가중된 인구의 비율을 줄이는 것이 사회보험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라는 의미다. 재정의 문제는 우선순위를 재설정하는 데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박 전 위원장은 “MRI나 상급병실료 급여화 대신 재난적의료비에 재정을 투입한다면 충분히 이해가능한 영역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실제로 문케어 진행과정에서 MRI가 급여화되자 두통 환자의 촬영 건수가 10배 가량 늘었다. 관련 문제는 도덕적 해이로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쓰이지 않아도 될 재정이 낭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또 2~3인실 상급병실료 차액 보장의 경우는 시급하지 않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급여권에 진입시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해당 문제는 제도적 규제요인, 즉 병원 전체 병상의 일부만 상급병실로 제한하는 기준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공공병원, 늘리는 것이 묘책아냐… 상급종합병원 네트워크 중요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해 지방의료원을 살리는 것 역시 차기 정부 핵심 과제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는 70개의 중진료권으로 나눠 권역마다 최소 한 개 이상의 공공병원을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닌 현재의 지방의료원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박 전 위원장은 “공공병원의 문제를 보면 단순히 숫자를 늘리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방의료원에 환자들이 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진단했다.실제 국내 230곳의 공공병원이 존재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그 중에서도 효율적 운영이 가능한 곳은 10~20곳 남짓이다. 대부분은 위탁이나 상급종합병원과의 협력체계가 공고히 형성된 곳으로 좁혀진다.그는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해서 상급종합병원과 네트워크를 통해 그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이 과정에서 지방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에 지역 공공병원을 지원하는 형태의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고 이를 수행할 경우 정부 차원의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로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박 전 위원장은 “충분한 보상을 통해 지역 상급종합병원이 참여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하고 또 의료기관간 경쟁을 통한 개선이 이뤄지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즉, 단순히 공공병원 확충이라는 문제에서 벗어나 현 구조 속에서 본질적 대책을 구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그는 “재난적의료비와 지역의료 활성화 문제는 선대위에서 보건의료정책을 구상한 사람의 입장에서 제안한 과제”라며 “공약에도 많은 부분이 담겼듯 새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