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부회장, 입사 12년 만에 명실공히 '넘버투' 등극㈜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겸직친환경에너지, 방산·우주 등 그룹 신성장동력 사업에 전진배치
  • ▲ 김동관 부회장 ⓒ한화
    ▲ 김동관 부회장 ⓒ한화
    재계 서열 7위 한화그룹이 3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의 행보가 바쁜 이유다. 김 부회장이 이끌던 신재생에너지, 우주항공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

    김 부회장은 지난 8월 말 승진과 더불어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았다. 김 부회장이 한화에 입사 후 12년 만에 명실공히 후계자에 등극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그린에너지와 우주항공사업, 방산사업을 모두 맡아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자회사에 전진배치 되며 김승연 회장의 상당한 신임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태양의 후예, 김동관

    김 부회장은 2011년 12월부터 한화솔라원(현재의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기획실장으로 부임하며 태양광 업황이 어려울 때도 뚝심 있게 밀어붙이며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키웠다. 그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 한화솔라원 영업담당 실장을 역임하며 태양광 사업의 마케팅·영업의 최전선을 경험했다.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 등 미국과 유럽의 태양광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 취임 직후 결정된 한화솔루션의 기업분할도 눈여겨 봐야한다. 한화그룹은 지난 9월 23일 한화솔루션의 갤러리아부문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또 첨단소재사업부문 가운데 자동차 경량 소재와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시트사업을 물적분할(임시 이름 한화첨단소재)한 뒤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고 발표했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분할로 기존 5개 사업 부문을 태양광, 화학, 인사이트(한국 태양광 개발사업) 등 3개 부문으로 줄여 에너지와 소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

    한화첨단소재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미국 태양광 제품 제조시설 확대에 투자한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주력(태양광) 사업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 한국판 '스페이스X', '록히드마틴' 구상

    김 부회장이 이끄는 방산 부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의 재편을 통해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종합방산 기업으로 도약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5년 삼성과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방산 사업을 대폭 강화한 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사업 재편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 출범한 그룹 우주산업 컨트롤타워인 '스페이스 허브' 팀장 직을 맡으며 그룹의 우주항공 사업 역량을 모아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그룹 역량을 집결한 덕분일까, 올해 6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가 참여한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했고 한국판 '스페이스X'를 선정하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총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향후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어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을 제외한 3개 회사로 흩어져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한화는 미사일 등 유도무기와 탄약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와 함정 엔진을, 한화디펜스는 자주포 등 지상 무기를, 한화시스템은 레이더 등 관제 시스템을 맡고 있다. 이번 사업 개편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한다.

    한화그룹은 14년 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서며,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거래가 이뤄지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원,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이 각각 1000억원 등 모두 6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업계는 잠수함 등을 생산하는 대우조선의 특수선 사업부까지 합쳐진다면 육해공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방산업체로서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사업조직 개편의 중심에 김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경영 능력 시험대 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태양광 사업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발맞춰 세제 혜택과 동시에 본격적 성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 지분 확대를 통한 실질적 지배력 확보가 과제다. 김 부회장은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 개인 지분 4.44%로 ㈜한화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8월 한화그룹 삼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한 에이치솔루션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는 방식으로 흡수합병했다. 한화에너지는 집단에너지, 태양광 발전, PTA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이 지분 50%를, 김동원 부사장과 김동선 전무가 지분 25%씩을 소유한 오너 소유의 회사로 승계 열쇠를 쥐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2018년 2%에 불과했던 ㈜한화 지분율이 2019년 3%대, 2020년 4%를 거쳐 현재 9.7%까지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승계 시나리오로 김 부회장이 직접 한화 지분을 사들이는 것,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확보하는 것 등이 거론되고 있다"며 "계열 전반의 사업 및 지배구조 재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한화가 금융 및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는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가적인 계열 사업 및 지분구조 변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