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경기침체 예고… 투자 유인할 법인세 국회 문턱 못넘어'전 구간 1%p 인하' 등 대안 거론도… 경찰국 예산 평행선 '산 넘어 산'여소야대, 대외불확실성 못지않은 변수…신속한 정책대응 걸림돌 될라
  •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내년 세계경제 위축으로 수출·투자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여파로 소비 회복세마저 제약돼 보릿고개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 2년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로 경제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수출·투자 기업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그러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정부의 감세정책을 담은 세법 개정안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세밑을 불과 10여일 앞둔 현재까지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신년 경제 구상의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가 네탓 공방속에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일각에선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가능성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여야는 지난 20일까지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협상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 갔다.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와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법인세 인하의 경우 의견접근을 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구체적인 타협안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예산안 협상의 마지막 두 쟁점 중 법인세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결과 의견접근을 볼 수 있는 단계는 됐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애초 법인세 인하에 반대했던 민주당이 국회의장의 1%포인트(p) 인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인하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인하폭을 2%p로 주고 (김 의장이 제시했던 중재안대로) 2년 유예를 적용하면 (민주당으로선) 당장 세수 손실을 막으면서 실질적으로 현 정부에서 감세 효과는 별로 없는 (타협)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법인세 과세표준(과표)중 (2억원 이하, 2억∼200억원 등) 과표 아래 구간을 먼저 내리고 (3000억원 초과 등) 위 구간을 일정 기간 유예한 뒤 내리는 방안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이 경우 감소폭이 크고 세수에도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민주당이 선택할) 확률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당내에선 과표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만이 아니라 전체 과세구간별로 세율을 1%p씩 일률적으로 내리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행 법인세율은 영리법인 기준 과표 '2억원 이하'의 세율은 10%, '2억 초과 200억원 이하' 20%, '200억 초과 3000억원 이하' 22%, '3000억원 초과' 25% 등으로 나뉜다. 여당에선 1%p를 내리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2차 중재안을 수용하되, 적용을 과표 아래 구간까지 포함하면 충분한 인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 ▲ 국민의힘 주호영(왼쪽)·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연합뉴스
    ▲ 국민의힘 주호영(왼쪽)·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연합뉴스
    문제는 법인세 인하 못지않게 경찰국 등의 예산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점이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운영 예산 전액을 깎자고 한다"며 "합법적으로 설치된 국가기관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대선 불복이자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전체가 5억원쯤에 불과한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때문에 안갯속을 표류하는 형국이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일부 예산이 삭감될 순 있어도"라고 여지를 두어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그러나 이들 예산은 더불어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 야당과 척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예산이어서 민주당이 자존심 대결을 쉽게 내려놓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들 조직에 대해 예비비를 편성하자고 한 김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것 자체가 이미 통 크게 양보한 거라는 태도다.

    여야 대치속에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정부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국무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더 늦어지면 정부의 정책 추진에 차질이 생겨 국가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여야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여야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서 준예산 편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12월31일)까지 처리되지 못했을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 예산을 말한다. 준예산은 정부기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리비와 인건비만 지출할 수 있다. 신규 사업은 물론 사회간접자본(SOC), 노인일자리, 각종 복지관련 재량지출이 막히게 된다.

    일각에선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이 내년에도 대외 불확실성 못지않게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외 변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발 빠른 정책결정과 집행이 중요한 데 169석을 가진 거야(巨野) 민주당의 협력 없이는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