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거시금융정책 책임자 4인이 F4, 원팀"범금융인 신년회 '공치사' 전락정작 조용병·손태승은 불참… 뒷말 무성
  • 3년만에 열린 범금융인 신년회는 여느때 처럼 인파가 넘쳐났다.

    행사가 열린 3일 롯데호텔에는 금융기관, 유관단체, 관련 인사 등 줄잡아 400~500명이 자리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영 한국은행 총재 등이 선 자리에는 '눈도장'을 찍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였다.

    첫 마이크를 잡은 추 부총리는 "올해는 경제도 금융도 많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한 해"라면서 "위기극복과 재도약을 위해 금융의 진정한 중추적 역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이 경제혈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껏 고무된 추 부총리는 "저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은총재 등 거시금융정책 책임자 4인이 이른바 'F4'"라며 "원팀 정신으로 합심, 협력해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환율급등과 채권시장 혼란이 닥쳤을 때 4인간의 잇단 회동으로 리스크 헷지에 성공한 것을 염두에 둔 자신찬 발언이었다.

    이어진 마이크 순서도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한은 총재 몫으로 정작 민간 금융인들에겐 변변한 발언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당국이 안정화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리스크 대응에 적극 나선 점은 칭찬할만한 일이지만 새해를 맞아 덕담을 나누는 신년회 자리에, 그것도 민간 6개 금융협회에서 마련한 행사에서 그들만의 'F4' 과시는 지켜본 기자의 입장에선 편하지 못한 구석이 많았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은 신년회에서도 '책임경영'의 원칙론을 내세웠다.

    그는 "조직의 내부통제 기능과 책임경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공유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며 "자발적 노력은 금융산업의 성숙한 발전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듣기에 따라 최근 新관치 논란속에 금융권 인사개입의 명분을 재삼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이날 신년회에는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KB금융 윤종규, 하나금융 함영주, NH농협금융 이석준 회장만 참석했다. 

    최근 용퇴를 결정한 조용병 회장은 CES 참석차 미국 행에 올랐고, 취임 전인 진옥동 회장 내정자 역시 자리하지 못했다. 

    애초 30분전 행사장에 도착하기로 했던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도 신년회 자리에서 자칫 본인 거취논란이 불거질까 저어해 참석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경제와 금융, 감독, 통화당국이 합심해 경제위기를 넘겠다는 의지 표현을 굳이 박하게 볼 일은 아니지만 민간은 쏙 뺀 채 자신들만의 '원팀'과 'F4' 자랑은 유난히 허허롭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