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 승인 안했다… "밀린 조합비 내야"한은 "대의원 결의, 법적절차 문제 없어"포스코 떠나자 내부 단속 본보기 비판
  •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민주노총을 탈퇴한 지 2년 반 만에 소송에 휘말렸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가 자신들이 탈퇴를 승인하지 않았으니 밀린 조합비 1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지난해 탈퇴한 금융감독원 노조 역시 같은 소송을 당했다. 

    민주노총이 최근 포스코 등 하급 노조의 탈퇴 결정이 잇따르자 투쟁 동력을 잃을 것이란 위기감에 '발목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노조가 금융노조를 탈퇴한 시점은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은 노조는 임시 대의원회의를 열고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탈퇴를 결의, 가결했다. 당시 대의원 59명 중 57명이 참석한 가운데 투표인원 52명 중 46명이 탈퇴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은 노조는 탈퇴서를 통해 "노조 총회에 갈음하는 대의원회의 결의가 있어 상급단체와 관계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한은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2016년 가입 이후 4년 만에 이뤄졌다. 

    당시 한은 노조 안팎에서는 한은의 노조가 추구하는 방향은 복지와 근로환경 개선인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방향성이 맞지 않았다는 말이 나왔다. 

    금감원 노조 역시 지난해 4월 대의원회의를 열고 민주노총 탈퇴를 가결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감독·관리하는 기관인데 금융사와 함께 산별 노조에 가입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탈퇴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으며 탈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탈퇴 자체 규약을 들며 해당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 탈퇴는 불가능하며 조합원 탈퇴는 지회장, 지부장, 위원장 결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은과 금감원 노조는 내부 규약대로 대의원회의를 통해 탈퇴한 만큼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한은 노조는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고 금감원 노조 역시 소장을 받는대로 법적 대응 방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거액 소송전은 지난해 12월 포스코 노조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한 뒤 진행된 것이라 내부 단속용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노동계에서는 하급 노조가 상급 노조를 탈퇴할 때 제명후 권리 정지로 인연을 끝내지 밀린 조합비를 청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탈퇴 거부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져나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민주노총을 향해 "민노총의 정치투쟁에 환멸을 느껴 탈퇴하는데 왜 막느냐"며 "심지어 한국은행 노조에서 탈퇴를 하는 과정은 조폭 세계에서 탈퇴하려면 '손가락 하나 자르고 가라'는 식의 공포 분위기 마저 느껴진다. 민노총은 철저히 각성하고 노동당국과 수사당국은 탈퇴 거부 과정에서 위법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