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대로 온라인 판매 막혀, 캐스퍼만 예외글로벌 완성차 업계 비대면 채널 확산 추세전기차 우선 적용, 정부 중재안 등 필요성 제기
  • ▲ ⓒ현대자동차 클릭 투 바이 홈페이지 화면 캡처
    ▲ ⓒ현대자동차 클릭 투 바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수입차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온라인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자동차는 노조 반발로 미뤄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온라인 판매를 도입한 모델은 캐스퍼가 유일하다. 2021년 9월 사전예약 첫날 1만8940대 계약을 기록하고, 2022년 4만8002대 판매고를 올리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경차가 됐다.

    이는 온라인 판매 방식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점을 거치지 않아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하고, 경차 주요 고객인 20-30대가 비대면 채널을 선호하는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캐스퍼 판매는 전량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캐스퍼를 제외하고 현대차 온라인 판매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상황이다.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노조 판매위원회(이하 판매노조)는 고용 안전성과 수당 등을 이유로 온라인 유통 채널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차량 판매 방식은 노조와 협의가 필요하지만, 캐스퍼는 현대차 공장이 아닌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생산해 해당 조항을 비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시 당시 노사 간 갈등을 빚었고, 캐스퍼 외 현대차의 온라인 판매 활로는 막혔다.

    기아도 전기차 EV6 사전 예약접수를 온라인 상으로만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판매노조 측은 “인터넷 사전예약은 온라인 판매로 확대돼 오프라인 판매망 붕괴로 이어진다”며 반발한 바 있다. 결국 온·오프라인 동시 사전예약을 진행한 결과 개인고객의 54%는 온라인으로 사전예약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온라인 채널 도입 효과를 보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캐스퍼 외에 온라인 판매 확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는 온라인 유통 채널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테슬라는 100% 온라인 판매만 진행하며 2021년 국내에서 1만7000대 판매고를 올렸다. 폴스타의 폴스타2도 전량 온라인 채널만 활용한 결과 지난해 총 2794대를 판매하며 수입 전기차 단일모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벤츠도 2021년 9월부터 국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고, BMW는 온라인으로만 구매 가능한 한정판 모델을 내놓고 있다. 더 나아가 혼다코리아는 55억원을 투자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도입하며 온라인 단일 판매를 국내에 2분기 내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은 차를 구매하지 않고 경험하는 곳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혼다는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2년여간 딜러사와 협의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딜러사는 판매를 통한 인센티브가 아닌 별도의 성과체계를 만들어 사업을 유지할 방침이다. 기존 매장 근무 영업사원은 명칭을 세일즈 컨설턴트가 아닌 ‘혼다 큐레이터’로 바꾸기로 했다.

    이처럼 비대면 판매와 중간 마진 축소를 통한 유통환경 변화는 자동차 산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모습이다. 전기차 회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온라인 판매 방식이 기존 완성차 업계에도 영향을 주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해외에서만 온라인 판매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디지털 구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는 2017년 영국을 시작으로 호주와 인도, 미국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는 100% 비대면 판매를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거치게 되면 차량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는 차량 판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전기차는 일부라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노조와 합의를 봐야 하는 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산업이 국가 총생산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며 “노조 문화가 강성이 아닌 일본에서도 온라인 판매 채널확대 합의에 2년 정도 걸린 만큼 정부가 중재안을 내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