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유족, 주식 29.3% 기재부에 납부과거 쓰리세븐·유니더스 등 상속세 부담에 강소기업 해외 매각사실상 OECD 최고 상속세율… 다시 불붙는 '유산취득세' 도입
  • ▲ 넥슨 ⓒ연합뉴스
    ▲ 넥슨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게임업체 넥슨의 2대 주주가 되면서 수그러들었던 유산취득세 개편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모양새다.

    넥슨 그룹 지주회사 NXC는 31일 기재부가 전체 지분의 29.3%에 해당하는 85만2190주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기재부가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 게임업체의 2대 주주가 된 이유는 상속세 때문이다. 넥슨의 창업주인 고(故) 김정주 창업자가 지난해 2월 별세하면서 유족인 배우자 유정현 이사와 두 자녀는 김 창업자 명의의 NXC 지분 196만3000주를 상속 받았다.

    상속세가 6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김 창업자의 유족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분을 매각할 경우 기업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족들은 상속세 물납을 선택했다. 전체 지분율의 29.3%를 기재부에 납부함에 따라 유족들의 합계 지분율은 98.64%에서 69.34%로 줄었다.

    애초 유족들이 보유한 지분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일부 지분을 물납하더라도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넥슨의 사례는 극히 일부다. 대부분의 기업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지분을 매각한 뒤 경영권을 상실하는 사례가 없잖다.

    세계 1위 손톱깎이 제조회사인 '쓰리세븐'은 지난 2006년 창업주인 고 김형주 회장이 별세하면서 상속세 부담 때문에 지분을 매각했고, 콘돔 생산업체 1위를 달리고 있던 '유니더스'도 2017년 상속세 부담에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강소기업들이 해외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우리나라 상속세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은 2020년 고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의 별세 때다. 당시 삼성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가 1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속세 제도에 대한 여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에 경영권이 흔들리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 해외에 매각되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을 제외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60%로 일본보다 더 높은,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높은 세율도 문제지만, 상속세 부담이 더 큰 것은 우리나라 상속세 과세 방식이 '유산세'라는 점이다.

    유산세 방식은 부친이 사망한 뒤 자녀들에게 100억 원의 재산을 상속했다고 가정할 때 100억 원 전체를 과세표준으로 삼아 세액을 산출한다. 상속세율은 소득세와 마찬가지로 누진세율이기 때문에 과표가 높을 수록 세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은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인을 기준으로 한다. 부친의 재산 100억 원을 자녀 4명이 똑같이 나눠 받는다면 25억 원에 대한 세율 40%가 적용되는 것이다. 유산세 방식은 최고세율인 50%를 적용해 산출한 세액을 자녀 4명이서 똑같이 나누기 때문에 세 부담이 더 크다.

    더구나 OECD국가 23개국 중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만 유산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나머지 19개 국가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산취득세 방식이 더 보편적인 셈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현행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개편하겠다며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연구용역 결과를 포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추 부총리가 최근 이를 비공개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30일 "유산취득세와 연계한 상속세제개편을 검토하며 연구용역 막바지인데 사회적으로 여러 견해가 있고 많은 공론화가 필요한 이슈"라며 "공론화는 진행하겠지만, 올해 세제개편에 상속증여세 개편안 담겠다고 하기에는 이르다. 해외사례 등 심층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 세법개정안에 유산취득세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올 1~4월 세수가 지난해보다 33조9000억 원이나 덜 걷히는 등 세수결손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유산취득세 개편 시 불거질 '부자감세'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넥슨의 사례만 보더라도, 현 상속세 제도가 기업의 영속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 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들리게 만드는 것"이라며 "다만 내년 총선 때문에 정부가 올해 유산취득세를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자감세 프레임에 갇혀버리면 국회 통과가 쉽지 않겠지만, 유산취득세 전환은 시기 문제이지 언젠가는 해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