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슈 선점하기 위해 매번 세금정책 들고 나와민주당, '부자증세 vs 부자감세' 프레임으로 재미 톡톡히 봐세법 구조·효과 복잡… 부자감세 반대로 서민이 피해볼 수도
  • 우리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세금이다. 물건을 살 때도, 급여를 받을 때도 세금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됐지만, 세법에 대해서는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법용어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복잡한 과세구조까지 더하면 일반 사람들이 세금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당연히 알아야 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세금이슈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편집자 註>
  •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수요는 늘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왜 부자감세 정책을 하는 건가요?"
    "현재 대한민국에 부자감세 정책이 있나요?"
    "부자증세 vs 부자감세, 논란이 너무 심한데 어떤 것이 맞나요?"
    "도덕시간에 '부자증세' 토론에서 반대 측 입장이 걸렸는데 반박할 자료가 필요해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들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의 경우 부자감세와 부자증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생각이나 가치관이 정립됐겠지만, 이제 막 사회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로 느껴질 수 있다.

    부자감세와 부자증세는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단골 구호이다 보니 용어 자체는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 진보진영에서 보수진영을 공격할 때 많이 쓰는 용어가 바로 '부자만을 위한 정당' 또는 '부자감세'다.

    최근 재등장한 횡재세와 상속세도 연장선에 있다.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나, 공매도 한시 중단 등으로 어젠다를 선점한 여당에 정국 주도권을 뺐길 것을 우려한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다시 '횡재세'를 들고 나왔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기업에 대해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세금으로 '초과이윤세'라고도 부른다. 횡재세가 등장한 계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며 정유사 등이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서다. 고유가로 고통받는 국민의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며 횡재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정유사와 더불어 고금리로 막대한 수익을 누린 은행권에 대해서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가 한동안 잠잠해졌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책 또는 세금 이슈를 선점해야 하는 민주당이 횡재세를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유가 상승,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민생 위기 극복, 민생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해석하면 돈을 많이 번 기업에게 세금을 거둬 서민의 복지 재원으로 쓰겠다는 의미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부자증세'가 된다. 반면 민주당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하는 여당에 대해선 '부자감세'를 추진한다며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당이라는 비판을 가한다.

    이런 식의 흑백논리는 그동안 선거에서 자주 등장했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부자감세라고 공격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자증세를 하겠다며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세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문재인 정부의 징벌적 과세를 뜯어고치겠다며 법인세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등을 추진했다.

    야당이 선거철마다 부자증세·감세 논리를 들고나오는 것은 어쩌면 그만큼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세금이나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 어린 학생들은 단순하게 세금 인하는 부자감세이고, 세금 인상은 부자증세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국민을 위하는 것은 '부자증세를 하는 정당=민주당'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선거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도 '부자증세'와 '부자감세'는 효과적이다. 복잡한 세금 구조나 세수효과 등을 일일이 설명하려면 힘들지만, "우리는 부자증세를 하는 정당"이라고 말한다면 간단명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정책을 시행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와 수혜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이슈를 살펴보자. 매년 12월27일 기준으로 보유한 주식이 시가 10억 원 이상이면 세법상 대주주로 규정되며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연말만 되면 세금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쏟아져 나와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여당은 소위 '개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주주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야당은 부자들이 그에 맞는 세금을 내야한다며 반대했고, 결국 지난해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보유주식 10억 원 이상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상향하려던 개편안은 좌절됐다. 얼핏 부자가 아닌 약자를 위하는 것 같은 부자감세 반대는 결국 개미 투자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다고 말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세계시장에서 기준으로 통용되는 규범'이라는 뜻이다. 다른 국가보다 우리나라의 세율이 높다면 기업은 당연히 세율이 낮은 국가로 본사를 이전한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도 세율은 큰 영향을 끼친다. 기업 입장에선 법인세 비용이 높아지면 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최종 소비자가격을 올리기도 한다.

    부자증세·감세 논쟁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상속세의 경우는 이미 많은 사례가 나와 있다. 높은 세율을 감당하기 어려워 경영권을 해외에 매각한 기업부터, 아예 가업을 포기하는 기업, 해외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까지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이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하면 일자리가 줄고 이는 일반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그런데도 단순히 '저 사람들은 부자니까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경제는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의도한 한 가지 효과만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선거과정에서 표를 얻겠다고, 구조나 효과가 굉장히 복잡한 세금 정책을 부자증세나 부자감세라는 말 한마디로 규정한다.

    아이에게 수학 문제를 가르쳐 준다고 해보자. '2 곱하기 5'의 정답이 10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2개씩 묶음이 5개가 돼서 10이 된다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는 "그냥 외워"라고 말하는 편이 쉽다.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위해서 정치권이 택한 방식은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문구를 암기하듯 되풀이하는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럴 듯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는 심하게 말하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 기만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명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를 피하면 된다. 

    어떤 정책에 대해 설명하기보다는 부자증세, 부자감세 같은 이분법적이고 분절적인 단어로 말하는 정치인을 경계한다면 제대로 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