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대통령실' 표방하며 없앴던 정책실 부활… 이관섭 수석 승진 기용내각 및 당과 협의·조정 기능 강화해 정책 추진 속도 높일 거로 기대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만을 생각하는, 흔들림 없는 尹心여소야대 국면·총선 앞두고 포퓰리즘 유혹에 흔들려선 안 돼
  • ▲ 어퍼컷 세리머니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 어퍼컷 세리머니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30일 대통령실 조직을 개편하고 수석비서관을 대거 교체했다. 특히 '작은 대통령실'을 표방하며 MB(이명박)·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두었던 정책실장을 폐지했다가 되살려 눈길을 끈다.

    정책실 신설은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책실은 국정과제 이행과 정책조정 기능을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이로써 대통령실은 비서실·국가안보실의 2실 체제에서 3실 체제로 개편된다.

    신임 정책실장에는 이관섭 현 국정기획수석이 승진 기용됐다. 윤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이 수석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정책실을 이끄는 것은 정부 출범 1년6개월이 지나면서 내각 개편과 맞물려 가시적인 정책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노동·연금·교육개혁 등 3대 개혁 과제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메가시티 서울과 공매도 금지 등으로 정책 어젠다 선점에 나섰던 총선 전략의 연장선으로도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시기적으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분위기 쇄신도 한몫한다. 일부 장관들의 총선 출마와 맞물려 수석비서관급 인사들을 전원 교체함으로써 '2기 대통령실'을 하루속히 출범시켜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 ▲ 용산 대통령실 청사.ⓒ연합뉴스
    ▲ 용산 대통령실 청사.ⓒ연합뉴스
    중요한 것은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이 수석을 실장으로 컨트롤타워를 꾸린 대통령실의 행보가 고무적인 이유다. 소위 윤심(尹心)을 흔들림 없이 정책 추진에 반영해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윤 대통령의 올곧은 마음이다. 다시 한번 소위 '윤핵관'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을 보고 묵묵히 걸어가는, 흔들리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선심성 정책을 내놓는 중이다. 앞서 환경부가 식당과 커피전문점 등에서의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 철회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총선용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지적을 샀던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여소야대의 절대적으로 불리한 정치 환경을 의식해 설령 여당이 야당과 포퓰리즘 경쟁에 나서더라도 윤 대통령이 국정의 무게중심을 잡고 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내년 6월까지 한시적이긴 해도 주식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도 표를 의식했다는 지적이 쏟아졌었다.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공매도가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말해왔는데, 개미 투자자를 의식한 여당의 요구에 너무 쉽게 양보해 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기요금 인상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8일 계약물량이 300킬로와트시(kWh) 이상인 대기업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당 10.6원(6.9%) 인상하는 내용의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가정용·소상공인용은 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시장에선 정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 대상을 골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해 천문학적인 한전 적자를 유발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을 질타하던 윤석열 정부가 표 앞에 장사 없음을 인정한 꼴이 돼버린 셈이다.

    윤 정부는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 못하면 식물정권이 될 거라는 지적이 없잖다. 이런 초조함이 포퓰리즘 정책에 손을 내밀게 만든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총선 200석' 발언이 나오는 것도 신경 쓰이고, 어떻게든 여소야대 지형을 깨야만 한다는 절박감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여소야대 형국은 윤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게 없다. 국민이 그걸 모를 리 없다. 어쩌면 변한 것은 윤 정부의 초심이 아닐까 싶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윤) 정부는 (출범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개혁의) 방향이나 청사진을 제시해 본 적이 없다"며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반드시) 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추진할 정치적 리더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쓴소리했다. 조직개편을 하고 인적 구성에 변화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조직개편처럼 겉으로 드러난 변화가 아니라 3대 개혁 등 정부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려는 윤 대통령의 마음가짐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여소야대 형국을 피할 길은 없다. 굵직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하다. 하지만 꼭 큰 것 한 방만을 노릴 필요는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다. 내년 총선까지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어쩌면 개혁의 성과보다는 정부의 변함없는 개혁 의지가 아닐까 싶다. 그러려면 윤 대통령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정책실을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각 정부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개혁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가령, 상속세는 어떤가. 최근 야당 내 일각에서도 상속세를 손볼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명목 최고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 대기업 최대 주주 할증까지 더하면 60%로 1위에 해당한다. 지나친 상속세 폭탄은 기업경영권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기업의 해외 이탈을 가속한다. 세계적으로 상속세는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다. 당장의 상속세 폐지는 한국 사회 특유의 정서를 고려했을 때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단계적인 상속세 부담 완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그 담론의 장을 윤 정부가 마련하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