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AI광고 위장광고에 해당될 소지"독과점TF 규제법안 마련에 영향줄지 주목'숨은 갱신' 등 6개 다크패턴 유형은 입법화 계획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에 이어 최근에는 네이버카페 인공지능(AI) 광고가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만 하더라도 '자율규제'에 방점을 뒀던, 플랫폼 규제 관련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12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카페의 AI 광고에 대해 "다크패턴 유형 중 위장광고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공정위는 "네이버카페 광고가 일반 게시글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현행 표시광고법, 전자상거래법으로도 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며 "다만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광고의 구성이나 게시형태, 광고 표시(AD) 등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사안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네이버는 지난 4월 말부터 네이버카페에 게시글이나 댓글로 광고를 노출하는 상품을 운영 중이다. 카페 이용자들이 이를 실제 후기 등으로 착각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용자 불만이 쏟아졌다. 예를 들어 스포츠 관련 게시글이면 여기에 스포츠 용품을 광고하는 댓글이 달리는 것이다. 더구나 게시물 댓글 중간에 이용자가 직접 쓴 후기처럼 광고가 올라오기도 한다. 한 맘카페에서는 '수포자(수학포기) 중학생 절박한 마음으로 시켰다가 시험 97점 받아왔네요'라는 게시글이 노출됐는데, 이는 마치 자녀의 수학성적을 걱정한 엄마가 올린 글로 착각할 수 있는 제목이다. 하지만 이 글은 학습지 광고였다.

    네이버가 해당 상품을 출시한 4월 말부터 현재까지 광고와 실제 게시글 또는 댓글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계속해서 나오는 실정이다.
  • ▲ 한 네이버카페(맘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을 가장한 광고. 게시글의 제목만 보면 자녀의 수학 성적을 걱정하는 엄마가 글을 올린 것으로 착각이 들게 한다. ⓒ맘카페 캡쳐
    ▲ 한 네이버카페(맘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을 가장한 광고. 게시글의 제목만 보면 자녀의 수학 성적을 걱정하는 엄마가 글을 올린 것으로 착각이 들게 한다. ⓒ맘카페 캡쳐
    네이버의 한 카페에서는 "광고쟁이가 일일이 댓글로 광고하는 줄 알았더니 네이버에서 아예 광고를 만든거냐"라거나, "네이버카페 광고가 게시글처럼 있어서 완전 속았다", "게시글을 빙자한 네이버 광고를 클릭하면 구매사이트로 넘어간다"는 불만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일부 이용자는 '네이버카페 광고 없애는 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카페 광고는 4월 말에 나온 광고상품으로, 취지 자체는 광고주랑 사용자 모두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영역에서 광고를 노출하는 것"이라며 "광고주랑 사용자가 느끼는 불편함이나 문제를 수렴해서 개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사실 다크패턴에 대해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가 해당 AI 광고상품을 출시하기 전인 지난 4월21일 공정위는 19개의 다크패턴 행위를 규정하고 이 중 13개를 소비자 피해가 큰 유형으로 분류해 발표한 바 있다. 13개 중 7개 유형에 대해선 현행법으로 규제가 가능하지만, △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잘못된 계층구조 △특정옵션 사전선택 △취소·탈퇴 방해 △반복간섭 등 6개 유형에 대해선 현행법으로 규제가 불가능해 의원 대표발의로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크패턴 규제와 관련한 입법은 이미 여당인 국민의힘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큰 무리없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매한 상황에 놓인 것은 공정위가 지난 1월부터 운영 중인 '플랫폼 독과점 규율개선 전문가 태스크포스(TF)'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법적인 규제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는 현재의 자율규제 기조로 이어지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일어난 후 상황이 급반전하면서 공정위는 플랫폼의 독과점을 논의하는 TF를 구성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는 플랫폼의 독과점이 사회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TF에서는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행위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독과점 행위를 제재하는 법률 제정 여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지난 6일 '온라인 플랫폼 분야 심사 지침에 따른 경제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도 이 일환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용역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판단 등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에 논란이 일고 있는 네이버 카페 AI 광고 등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플랫폼 독과점 TF는 다크패턴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지만, 다크패턴과 독과점 문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서 같이 일어나는 일이다.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가 결합했을 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큰 만큼 공정위로선 이 둘을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크패턴을 규제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는 것과 맞춰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법률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독과점 규제에 대한 법률 제정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태도다.

    공정위 관계자는 "TF에서 조만간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달 안에 결과가 나올지는 확실치 않다"며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자율규제로 어려운 부분에 대해선 TF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