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하락·재무부담지속 등 건설사 경영난 위기3대 신평사, 태영건설 신용등급 'A→A-' 하향 조정 티와이홀딩스 인적분할 후 순차입금 1.6조로 과중한신공영 기업어음 'A3+→A3'…"재무개선 제한적"
  • ▲ 서울 성북구 한 재건축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 한 재건축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시공능력평가 17위인 태영건설과 25위 한신공영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양사 모두 2015년 이후 8년만의 강등이다. 수익성 저하와 반등 가능성이 요원한 점, 가중된 재무부담 탓이다.

    문제는 이 같은 요인이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쇼크 후폭풍으로 다수 건설사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 신용등급 역시 줄강등 위기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3대 주요 신용평가사는 16일부터 일제히 태영건설에 대한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조정했다.

    태영건설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2015년 5월이후 처음이다. 당시 나이스신평은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조정한 바 있다. 이후 한기평도 이듬해 5월 강등시켰다.

    3대 신평사 말을 종합하면 이번 태영건설 등급강등은 △수익성 하락 및 운전자본 부담에 따른 재무부담이 지속하고 있는 점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자구계획 등을 고려하더라도 재무구조 개선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인 점 △과중한 PF보증 규모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 등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태영건설 매출은 자체사업 및 도급건축 기성 본격화로 1분기 연결기준 전년대비 24.2% 증가한 7242억원을 기록했으나 레미콘·시멘트 등 원자재가격 추가인상 등 영향으로 원가율이 상승하며 EBIT/매출액은 2.7%에 그쳤다. 게다가 2021년이후 수익성이 지속 하락하면서 영업현금흐름이 축소돼 분할이후 과중한 재무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9월 티와이홀딩스가 인적분할하면서 자본규모가 많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2019년말 276%에서 2020년말 487%로 상승하는 등 레버리지 지표가 크게 상승했다. 2021년 순이익 창출 및 차입금 축소로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됐으나 지난해 수익성 하락 및 운전자본부담 확대로 현금흐름이 저하되며 지난해말 부채비율이 483%로 재차 악화했다.

    1분기 종속기업 처분 등으로 자본이 확충되며 부채비율은 459%로 개선됐지만 순차입금이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등 전반적인 재무부담은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다. 

    주택공사물량 기성 및 우수한 분양성과 등을 고려할 때 올해는 매출증가가 예상된다. 1분기 기준 태영건설이 진행중인 주택사업은 모두 1만3000가구, 분양률은 98.9%로 우수한 분양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금리인상 등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를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외형성장폭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체사업 매출반영 등으로 전년대비 수익성 개선은 기대되지만 원가부담 및 금융비용 증가에 따른 사업성 악화, 주택수요 위축에 따른 분양률 저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자체적인 현금흐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또한 종속회사 지분매각, 보유사업 매각 등을 통한 자구계획을 고려해도 단기적으로 재무부담이 개선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정성훈 나신평 실장은 "건설업 전반의 공사원가 상승 등에 따른 영업 수익성 저하 추이와 분양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익인식 지연, 금융비용 부담 확대를 고려할 때 재무부담을 단기간내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서울 영등포구 소재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태영건설
    ▲ 서울 영등포구 소재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태영건설
    게다가 1분기 기준 PF우발채무 2조4000억원, 책임준공약정(미이행시 채무인수) 등 변형된 PF우발채무는 2조9000억원 수준이다.

    전체 PF보증 50%에 육박하는 미착공 PF보증현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분양여건이 저조한 지방의 비중이 크고 부동산 경기회복 지연으로 보증규모 감축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재무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홍석준 한신평 실장은 "향후 예정사업장 착공 및 분양이 지연되거나 자체적으로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수준의 분양실적을 기록하지 못하면 PF차입금 상환부담이 전이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앞서 한기평, 한신평, 서울신용평가는 한신공영 신용등급도 하향조정했다.

    13일 한기평은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20일 한신평은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각각 강등시켰다. 이들이 한신공영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2015년 4월이후 8년만이다. 서신평은 21일 한신공영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낮췄다.

    3개사 분석을 보면 △부진한 분양실적에 따른 사업변동성 확대 △수익성 하락 및 재무부담 확대추이 지속 △자체사업 관련 용지매입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재무부담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 등이 원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주택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진입한 점은 민간건축부문 의존도가 높은 한신공영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경북 포항, 울산 등 지방사업장에서 저조한 분양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 들어서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6월 기준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은 △조치원 △포항 학산 △울산대공원 △광주 금남로 △양산에 있는 사업장으로 전체 분양대금 및 도급액은 6716억원이다. 특히 총 도급액 3934억원 규모 포항 학산사업장 분양률이 저조하며 1350억원 규모 PF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홍석준 실장은 "자체사업 및 도급사업 위주 사업구성, 지방 및 수도권외곽 중심 예정사업지 등을 고려하면 향후 주택경기 침체와 분양경기 저하가 장기화할 경우 사업전반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1분기에는 신규현장 착공 및 공정진행 본격화로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대비 12% 상승한 313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준공을 앞둔 공사들의 돌관공사 진행에 따른 원가부담, 레미콘·시멘트 원자재가격 추가인상 등으로 EBIT/매출액은 1.4%까지 하락했다.

    수익성 하락으로 영업현금흐름이 축소되고 자체사업 관련 토지매입, 착공현장 증가 등으로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됨에 따라 1분기 기준 순차입금이 6248억원으로 많이 증가했으며 부채비율도 248%로 상승했다.

    분양실적 부진으로 기투입 영업자산 회수시점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신규 자체사업 관련 추가 용지매입 지출이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할 전망이다. 한신공영은 2023~2025년 토지대와 관련 2010억원 자금소요를 예정하고 있으며 이중 1345억원이 연내 집행될 예정이다.
  • ▲ 서울 서초구 소재 한신공영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서초구 소재 한신공영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일부 건설사에만 국한된 어려움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올 1분기 레미콘가격이 상승한 데 이어 시멘트업계 역시 추가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인건비 역시 높은 수준의 상승이 이뤄지며 건설사 원가부담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원가상승분을 분양가에 전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침체 및 고금리 영향으로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평사들은 건설사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하고 있어 추가로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건설사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신평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협력업체 풀(Pool)에 소속된 중소기업 700곳 정도를 모니터링해보면 지난해에는 20% 정도가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이 하향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30%이상에서 등급이 하향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사 신용등급 하락은 추후 자금조달 난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신평사들의 정기평가이후 등급전망이 줄지어 하락하면 업계 자금조달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 법정관리도 이어지면서 줄도산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주택브랜드 '해피트리'로 알려진 신일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일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113위, 업력 39년 중견건설사이지만 부동산시장 침체와 미분양 증가 등에 따른 자금난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2월에는 시공능력평가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았다. 3월에는 범현대가 기업이자 시공능력평가 133위인 HN Inc(에이치엔아이앤씨)와 대창기업(109위)도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등 문닫는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