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 보증규모 증액…재구조화 펀드도 확대지연사업장 정상화·업계 추가부실 방어 기대허가·착공 동반하락…4분기 건설경기 '깜깜'PF보증, 반년새 1.7조원 증가…60% 1년내 만기"자금줄 숨통 틔우지만, 단기 불안 해소 기대난"
  •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정부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대규모 자금지원을 나섰지만, 건설 업황 침체와 PF 리스크로 인한 중견 이하 건설사들의 유동성 리스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PF 보증 규모가 지난해 말보다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다 절반 이상이 1년 내 만기도래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자금지원 외에 SOC투자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원가 절감 등 건설사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금융지원 정책은 민간부문 착공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 부동산 공급물량의 80%가 민간에 집중돼 있어서다.

    부동산 경기의 지속한 침체로 꺾여버린 착공 의지에 마중물을 붓겠다는 취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존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20조원 이상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인허가 건수가 줄어든 2020년 4분기부터 하락세를 그려온 건설투자 지표는 고금리 시기를 거치며 더욱 가파르게 하락했다. 전년동기대비 9분기 연속 하락세다. 올 들어 증가 전환했지만, 길었던 하락세를 메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게다가 4분기 건설시장은 민간 건축 시장의 건축허가와 착공의 동반 부진이 예상돼 침체가 심화할 전망이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건설공사비 안정과 부동산 PF 등 자금시장 불안 해소가 전제돼야 하는데 부정적 환경요인이 단기간에 해소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분석 결과 올 들어 3분기까지 건설수주를 보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크게 줄었다. 건설수주는 1분기 11.1%, 2분기 31.5% 줄어든 데 이어 7월에도 55.3% 감소했다. 건축허가면적은 상반기 22.6% 감소했고, 7월에는 45.7% 줄어 부진이 심화했다.

    건축착공 감소세는 더욱 심각하다. 상반기에 38.5% 줄었고, 7월에도 48.9% 감소했다. 아파트 분양물량은 7월까지 누적 9만3000호로, 전년동기 20만1000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급등한 자재비와 함께 고금리 상황이 전환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향후 민간 공사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부터 올해까지 30% 가까이 상승한 공사비는 올 하반기뿐만 아니라 장기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는 건설경기 선행지표의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건설경기 침체 기간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박선구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사비 안정과 부동산 PF 등 자금시장 불안 해소가 전제돼야 하는데 부정적 환경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적어 건설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자칫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SOC투자 확대, 자금시장 불안 해소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건설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에도 나선다. 특히 PF 보증 규모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해 건설사의 대출 물꼬를 트고, 민간금융사 중심의 재구조화 펀드를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려 지연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신속히 실시하기로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사업 리스크의 대부분을 건설사가 부담하면서 위험회피 성향도 크게 강화된 상황"이라며 "건설에서 PF대출 보증 확대, 분양에서 임대전환, 중도금대출 지원 등을 통해 민간부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PF 지원은 3~4년 후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급등을 막는 중장기 대책으로서 효과가 있다"며 "멈춰 있던 착공이 시작되면 공급 확대 효과는 분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시공 현장. 230817 ⓒ연합뉴스
    ▲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시공 현장. 230817 ⓒ연합뉴스
    그런데도 PF 부실화로 인한 건설사들의 유동성 리스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 자료를 보면 상반기 한신평이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의 PF 보증은 모두 2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23%가 3개월 내, 39%는 3~12개월 내, 60% 이상이 1년 내 만기도래한다.

    최근 금융권에서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와 캐피탈, 저축은행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PF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그대로 있으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대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정현장 착공·분양이 지연되면서 브리지 PF의 본 PF 전환을 통한 우발채무 해소도 제한되고 있다. PF 차입금 차환 과정에서 시공사가 추가적인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각종 유동성 지원책으로 인해 PF 차입금 및 유동화 증권 차환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일부 건설사의 경우 발행금리가 10%를 상회하는 등 어려운 조달여건이 지속하는 모양새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건설사 보증 PF 유동화 증권에 대한 투자수요 부진으로 차환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금리와 공사원가 상승으로 기존 PF 사업성이 저하됨에 따라 PF 우발채무 현실화 위험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형건설사보다 상대적으로 재무구조 및 자본시장 접근성이 취약한 중견 이하 건설사의 유동성 대응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전지훈 연구원은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상위권 건설사보다 지방 주택사업장, 오피스텔, 물류센터와 같이 최근 분양 위험이 커진 사업장 비중이 크기 때문에 운전자금이나 PF 보증 부담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와 같은 비우호적인 대외환경과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건설사들의 재무부담은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분양위험이 큰 사업장 구성을 보유하고 있고 자본시장 접근성이 취약한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현재와 같은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유동성 대응 부담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의 자구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대책으로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다소 경감되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추후 부동산 경기의 유의미한 턴어라운드를 기다리며 부실 사업장들의 단기간의 디폴트 리스크를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대책을 통해 건설사 유동성 공급, PF 사업장 유형별 맞춤 지원 등을 통해 부실 확산을 막고 전반적인 주택공급에도 속도를 내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부동산 공급시장의 고유속성인 공급 비탄력성을 고려할 때 연내 즉각적 수요자 주택공급 체감 확대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마련된 PF 금융지원 외에도 건설사가 원가절감 등을 통해 스스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근본적 사업 재구조화에 대한 검토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