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임박에도 1400원 격차 여전히 커노동계·경영계 기존 입장 되풀이공익위원 "개입 자제, 자율적 협의 위해 노력"정부 시그널 나올까?… 과거 지침성 발언들 나와
  • ▲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 두번째)가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 두번째)가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의 데드라인이 사흘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 양측이 11일 3차, 4차 수정요구안을 연이어 제시하며 막바지 심의에 속도를 냈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19.9% 인상한 1만 1540원을 3차 수정안으로 낸 뒤 4차 수정안에서 1만 1140원을 제출했다. 경영계는 1% 오른 9720원에 이어 9740원을 4차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격차는 2000원 대에서 1400원 선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수준으로 좁히지 못해 결국 공익위원이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임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29일이었던 법정처리시한을 넘기고 이어진 3번째 추가 회의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다음 달 5일까지 고시해야 하는 일정을 고려할 때 최임위는 최소 이달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이틀 뒤인 13일 예정된 다음 회의가 사실상 최임위의 마지막 일정인 셈이다.

    이날 노·사는 직전 회의에서 비공개로 제출한 3차 수정안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앞서 2차 수정안으로 근로자위원은 1만 2000원을, 사용자위원은 9700원을 각각 제시했었다. 이번 3차 수정안에서 근로자위원은 2차 수정안보다 460원 줄인 1만 1540원을, 사용자위원은 20원 올린 9720원을 내놨다.

    이어진 회의에서 4차 수정안도 나왔다. 노동계는 3차 안보다 400원을 더 줄여 1만 1140원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20원을 더 올려 9740원을 제출했다.

    그러나 노·사는 서로의 견해차를 유의미한 수준까지 좁히지는 못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4차 수정안까지 내며 격차를 2000원 대에서 1400원으로 좁혔지만, 여전히 접점을 찾기엔 큰 폭이다.

    근로자위원은 최초 요구안에서 1만 2210원(26.9% 인상)을 제시했다가 1차 수정안에서 1만 2130원(26% 인상)으로 내렸고, 2차 수정안에선 1만 2000원(24.7% 인상)을 요구했다. 3차 수정안의 금액은 가장 큰 폭으로  낮춘 1만 1540원(19.9% 인상)이다. 이날 마지막으로 제시한 4차 수정안 1만 1140원은 현행보다 15.8% 인상한 금액이다.

    사용자위원은 최초 요구안으로 9620원 동결을 주장했고 이후 1차 수정안에서 9650원(0.3% 인상), 2차 수정안에서 9700원(0.8% 인상)을 제시했다. 3차 수정안은 현행보다 100원 오른 수준인 9720원(1% 인상)을 내놨다. 4차 수정안 9740원은 1.2% 오른 수준이다.

    노·사는 모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심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기존의 각자 주장을 되풀이했다.

    근로자위원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사용자위원이) 불완전한 통계를 근거로 중위임금 혹은 평균임금의 일정 수준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높은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자 비율을 더욱 고착하려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은 1만 6000원 이상이고, 여름 대표 음식인 냉면은 1만 2000원 이상"이라며 "한 시간 일해서 삼계탕은 고사하고 냉면도 한 그릇 마음 편하게 사먹지 못하는 시대다. 1만 원 이하의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누적되며 노동시장 수용성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최저임금은 지난 2020년에서 지난해까지 5배 이상 오른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23%로 매우 높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노동계는 이런 구조적 문제가 인상과는 별개라고 하지만, 소상공인이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타격을 맞는 걸 부인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근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7곳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높은 최저임금이 결국 수출 경쟁력마저 저하시키는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133조 원에 이르고 연체율은 8년 동안 최고치다. 이미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 ▲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이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이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공익위원은 개입을 최소화한 채 노·사의 자율적인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는 "비공개로 제출한 3차 수정안에 노·사 모두 합의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가 담겨 있길 기대한다"며 "지난 회의에서 주도적 개입을 자제하고 자율적 협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는데, 여전히 입장에 변함은 없다. 독립과 공정의 관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다만 4차 수정안을 통해서도 격차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공익위원이 개입할 공산이 더 커졌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임위는 지난 2014년부터 9년간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표결에 부쳐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해 왔다. 최소 인상률과 최대 인상률을 정하고 범위 내에서 노·사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역대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가 최저임금에 대한 '시그널'(신호)을 보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노·사가 끝내 격차를 좁히지 못해 공익위원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일 때 정부가 최소한의 기준선 마련을 위해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견해다.

    지난해 4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최저임금을 두고 "최저임금이 너무 높이 올라가면 몇 년 전 경험한 것처럼 기업들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서로가 루즈(Lose)-루즈 게임이 되는 것"이라고 언급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 해 최저임금은 5% 올랐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19년 6월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부작용에 대한 질문에 "환경이 바뀐다면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며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암시하는 답변을 했다. 이때 최저임금은 2.87% 올랐었다.

    노동계는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회의에서 류 사무총장은 "노·사의 이견이 아무리 치열하고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정부는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부위원장도 "최임위가 제도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권의 입김과 입장을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을 보탰다.

    하지만 심의의 최소 시한을 지키기 위한 공익위원의 조정은 사실상 불가피한 절차다. 결국 아직 공익위원이 보장하고 있는 '자율적 합의'의 시간 내에 노·사가 의견 조율에 최대한 속도를 내야만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