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委, 13일 밤 전원회의 차수 넘겨 14일 새벽 결정할 듯'1만원 돌파' 여부 주목… 4차 수정안 勞 1만1140원-使 9740원소상공인·中企 "문 닫을 판"… 노동계 "노조탄업 등에 대정부 투쟁"
  • ▲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급 1만 원을 넘어설 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혼란한 노동시장 안팎의 사정으로 인해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든, 안 넘든 파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만 원 이상으로 정해질 경우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기업은 한계에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1만 원 이하에서 시급이 책정될 시엔 점점 기세를 올리는 노동계 하투(夏鬪)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3차 전원회의를 연다. 이날은 사실상 최임위의 데드라인으로 여겨진다. 이번 회의에서 심의를 마쳐야 관련 행정절차에 따라 오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할 수 있다. 지난 11일 열린 12차 회의에서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이날 차수를 변경해서라도 심의를 마칠 것이란 의지를 밝혔다.

    임금 수준을 둘러싼 노·사의 요구는 여전히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직전 회의에서 수정요구안을 2차례 연속 제출하며 심의에 속도를 냈지만, 간극은 여전히 크다. 노동계는 줄곧 1만 원 이상의 금액을 요구했고 경영계는 9700원대 선에서 모든 수정안을 내놨다. 4차 수정안까지 노동계는 1만 1140원(15.8% 인상), 경영계는 9740원(1.2%)을 제시해 격차는 1400원에 달한다.

    이날 회의에서 노·사는 5차 수정안을 내고 심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할 경우 결국 공익위원이 개입할 공산이 크다. 

    공익위원이 나선다면 최소·최대 인상률을 제시하는 '심의촉진구간'을 내놓고 범위 내에서 노·사의 최종 수정안을 요구하게 된다. 이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표결을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표결에 참여하는 인원은 최임위의 구성원인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다. 노·사·공 동수가 원칙이나 김준영 근로자위원은 농성 중 폭력 대응 혐의로 구속된 상태여서 표결 과정도 순탄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 ▲ 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부터),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 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부터),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전원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시급이 최초로 1만 원을 넘을지 여부다. 올해(9620원)보다 3.9% 오르면 1만 원을 넘게 된다.

    일각에선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을 넘든, 넘지 않든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에 체감했던 바다. 문 정부는 출범 2년 만에 최저임금을 27.3% 대폭 올리며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기업 등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피해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취약계층에게 돌아갔다.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미 높은 수준인 최저임금에 더해 주휴수당, 5대 사회보험, 퇴직급여 등의 인건비도 모두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주휴수당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최저임금은 이미 1만 원을 넘었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 비율을 일컫는 미만율은 12.7%로 나타났다. 농림어업(36.6%)과 숙박음식업(31.2%) 등 일부 업종에서는 수치가 더 높았다. 이는 최저임금을 준수할 현실적인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도 2001년 58만여 명에서 지난해 276여 만명으로 4.7배 뛰어올랐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12차 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은 암담하다. 펜데믹에 이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원자재 가격 급등까지 겹치며 기초체력이 떨어졌고,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경기회복도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자영업자의 대출은 133조 원에 이르고 연체율은 8년 내 최고치에, 올 1~5월의 파산신청 건수는 1년 전보다 56% 급증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결과가 도출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1만 원 이하로 결정될 시에도 파장은 만만찮을 것으로 예측된다. 노동계의 하투는 이미 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과제에 대한 반발로 불 붙은 상태다. 김준영 위원의 구속건, '노란봉투법' 개정건, 노조탄압에 대한 반발 등 각종 현안들이 장작으로 쓰이고 있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지 않으면 노동계는 이를 본격적인 하투의 동력원으로 삼아 대정부 투쟁의 목소리를 높일 공산이 크다. 올해 노동계가 터무니 없을 정도로 높은 1만 2210원(26.9% 인상)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노림수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노동계로선 심의과정에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수차례 수정요구안을 내놓았지만, 정부가 이를 외면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다.

    최근 실업급여 개혁을 둘러싼 충돌마저 벌어지면서 노·정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당정은 실업급여가 근로자의 월 소득보다 높은 점 등의 불공정 문제를 지적하며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고, 노동계와 야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은 12일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열고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발하는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도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 원 이하로 결정될 경우 노·정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1만 원 선을 넘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적잖다. 한 노동 전문가는 "그동안 최저임금이 많이 인상돼 온 것을 고려해 이제는 소상공인들의 지불여력을 살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현재 경제 상황으로는 적은 폭의 인상이라도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며 "이런 공감대를 대부분 갖고 있는 만큼 1만 원대를 넘어서진 않을 듯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