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4연속 기준금리 동결… 한미 금리차 2.0%P 초읽기세수펑크 '지속' 5월까지 37兆 부족… 재정수지 52.5兆 적자조기 피벗 기대 어려워… 전문가 "물가 불안, 내년쯤에야 안정""내수·고용 안 나빠, 인위적 경기부양 '글쎄'"… "기업부담 줄여야"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역전된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를 경신하며 2.0%포인트(p)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했다.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 여기에 불투명한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 등이 동결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부양도 녹록잖다는 견해다. 세수펑크로 재정여력이 없는 데다 물가마저 장담하기 어려워 연내 경기부양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안정이 최대 변수인 가운데 수출과 규제개혁이 경기 반등의 관건이라는 견해다.

    13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3.50%로 유지했다. 지난 2월부터 4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p) 금리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역대 최대인 한미 간 금리차는 2.0%p까지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보인다.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외환보유고 감소 등이 우려된다.

    한은이 이런 우려에도 4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불안한 경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0.2%p 낮춰잡았다.

    기재부는 하반기 경기가 반등할 거로 전망하지만, 상황은 녹록잖다. 지난 11일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 현황' 자료를 보면 이달 초순(1~10일) 수출액은 132억6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감소했다. 지난달 초순 수출액이 152억45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1% 늘어나면서 수출 부진 해소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받았는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한 달 만에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헙뉴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헙뉴스
    문제는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기조 전환도 여의찮다는 점이다. 우선 경기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할 재정에 여유가 없다. 13일 기재부가 내놓은 '7월 재정동향'을 보면 올 들어 5월까지 정부의 총수입은 256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7조 원 적다. 부동산 거래 급감, 기업 영업이익 하락 등으로 소득세가 9조6000억 원, 법인세가 17조3000억 원 덜 걷혔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0조8000억 원,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2조5000억 원 각각 적자를 기록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5조 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데다 재정당국이 재정건정성을 강조하고 있어 쉽잖은 선택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까지도 "지금도 빚내서 사는데 더 빚을 내면 정말 안 된다. 빚내는 추경은 안 하고, 있는 돈을 가지고 여유 자금을 만들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도 기대하기 어렵다.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가 여전히 강해 섣불리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처지다.
  • ▲ 소비.ⓒ연합뉴스
    ▲ 소비.ⓒ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는 하반기 경기부양이 말처럼 쉽잖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부양의 전제는 물가가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2.7% 올랐다. 2%대 물가상승률은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후 둔화세다. 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하는 근원물가는 지난해보다 4.1% 상승했다. 지난해 5월(4.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 실장은 "6~7월 물가는 지난해 기저효과로 떨어진 뒤 8월부터 다시 오를 수 있다. 조금 나아지긴 하겠으나 아직 물가가 안정된다는 확신은 없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물가 잡기 목표 달성은 올해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추경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물가는 여전히 불안하다. 장마철 집중호우로 채소류 등 밥상물가가 흔들릴 수 있다. 더욱이 버스·지하철 등 교통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12일 물가대책위원회을 열고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다음 달 12일부터 300원, 지하철은 10월7일부터 150원 각각 올린다고 결정했다.

    정 실장은 "(수치상으로 봤을 땐) 고용이 (지난해 말 전망보다) 나쁘지 않고, 내수도 그렇다"면서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정 실장은 한미 간 금리차와 관련해선 "예전과 달리 자본유출 등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 되진 않고 있다"면서 "미국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높지만, 떨어지고 있다. 내년 정도면 (인플레이션이 잡히면서) 금리차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지양해야 한다는 견해다. 성 교수는 "경기부진은 세수 부족이 원인인데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다"면서 "(추경 등) 경기부양책이 자칫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성 교수는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규제 완화로 (경기부양의) 방향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실장도 "수출이 살아나야 하고 실적이 점점 나아질 거라고 본다. 하지만 특히 반도체의 경우 업황 사이클에 따른 실적 개선이지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편다고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