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 규제 완화↑특례보금자리론 반년 새 71% 소진가계대출 3개월 째 상승DSR 유지,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도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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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는 가운데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자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역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 등에 한해 대출 규제를 풀어주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원칙을 훼손하는 추가 완화는 없다고 못 박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6개월 만에 인상되는 등 그간 완화 기조와는 다른 방향의 정책 결정도 나오고 있다.

    ◇ 당국, 대출 규제 잇단 완화

    30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정부의 잇단 대출 규제 완화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급격한 집값 하락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극도로 얼어붙은 주택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의 거래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부터 투기·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했고,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50%로 일원화했다.

    금리 상승기 속 실수요자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중금리보다 저렴한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도 올해 초 전격 출시했다.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면 소득과 무관하게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데,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되지 않아 실수요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주택금융공사에서 제출받은 특례보금자리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금액은 46조 1781억원으로 집계되면서 1년간 공급 목표(39조 6000억원)의 약 86%에 달한다. 자격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해 실제 대출을 받지 못한 사례를 제외한 유효 신청 금액은 지난 달 말 기준 28조 2000억 원으로 공급 목표의 71%를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전세 사기나 역전세난 등 특정 사안에 한해 DSR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들도 이어졌다. 전세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에 대해서는 DSR 40% 규제 대신 더 완화된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해 준다.

    ◇ 5대 은행 가계대출 네 달 연속 증가 눈앞… 가계대출 3천억원↑

    문제는 이런 규제 완화 기조 속 한국 경제의 '뇌관' 가계 부채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 8841억원으로 6월 말(678조 2454억원)보다 6387억원 늘었다.

    지난 5월에 1431억원 늘어 2021년 12월(+3649억원) 이후 처음으로 전월 대비 증가한 뒤 6월(+6332억원)과 이달까지 3개월째 증가세다. 세부적으로는 가계신용대출(잔액 109조3595억원)이 지난달 말보다 4306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은 지난 2021년 12월(-1조5766억원)부터 1년 7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1년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12조2759억원)도 27일까지 8752억 원 불었다. 3개월째 늘었고, 증가 폭도 6월(+1조7245억원)보다는 작지만, 5월(+6935억원)을 넘어섰다.

    5대 은행의 이런 추세로 미뤄,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도 4월부터 7월까지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계속 줄다가 4월과 5월, 6월에 각 2조3000억원, 4조2000억원, 5조9000억원씩 전월보다 늘었다. 특히 6월 증가액은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한은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이 더해져서 작년에 부진했던 주택 거래량이 연초부터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택거래량 증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은행 주담대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 "예의주시"… 과감한 규제 완화 기조에 '변화' 조짐

    가계대출 증가세로 규제 완화 기조에 '신중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급격히 증가하는 가계대출에 대해 "여러 금통위원이 많은 우려를 표했다"면서 "예상 밖으로 급격히 증가할 경우 금리나 거시 건전성 규제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내놓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를 통해서도 DSR 예외 대상 축소 등 규제 개선을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투기로 인한 시장 과열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필요 시 가계대출 관리 조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정책 방향에 있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측면과 가계대출 양쪽을 다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추가 규제 완화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근 역전세 반환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갭투자 등 다른 용도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신경을 쓴 모습이다. 추가적인 DSR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시각과 관련해서도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6개월 만에 인상되는 등 완화 일색 기조에 변화가 나타날 조짐도 보인다.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8월 11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일반형) 금리를 0.25%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금리 등 조달 비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라며 "연초에 비해 시중금리의 급격한 상승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가계부채 증가 전환·일부 지역 부동산 상승 조짐 우려 등이 제기되는 점도 이번 금리 인상에서 고려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