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14조 폭증, 가계대출 1860조 훌쩍3%대 인뱅 주담대 실종… 50년 만기도 제한은행권, 우대금리 낮출 듯… 고금리 불가피이창용 "가계부채 늘지 않도록 강력 조치"
  •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맞물려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확대되자 정부는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대출 상품에 제동을 거는 등 뒤늦게 '빚 감축'에 나섰다. 

    미국 채권 금리 상승 등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 부담 속에 상생금융에 떠밀려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해온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리고 50년 주담대 상품도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 연 7%? 주담대 금리 더 오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연 3%대 주택담보대출은 KB국민은행만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KB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융채 5년 상품의 최저금리는 연 3.90%로 은행권 최저수준이다.  

    100% 비대면 영업을 기반으로 한 비용절감을 통해 연 3%대 금리를 제공해온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 수준도 올라섰다. 한동안 업계 최저금리 위치를 지켰던 카카오뱅크의 주담대금리 연 4.08~6.94%(변동형)까지 상승했다. 반면 케이뱅크의 경우, 신잔액기준 COFIX(3개월) 주담대 금리가 3.69%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밖에 시중은행(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금리수준은 연4.23~6.83%에 달해 연 7%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확대의 원인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겨냥하자 은행권이 금리 책정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요구로 은행권이 우대금리를 확대 실시해 왔는데 이로 인해 시장금리 수준과 실제 대출금리 간 괴리가 커져 대출이 늘었는 지적이 일자 우대금리도 차츰 자취를 감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기조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시장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미 국채 금리 인상은 금융채 금리 인상으로 연결돼 은행이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 50년 주담대도 자취 감춘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 주범으로 꼽은 '주담대' 억제를 위해 '50년 만기' 주담대에 제동을 걸며 각 은행들은 불과 한달 여만에 해당 제품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NH농협은행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50년 주담대 출시했으나 한도소진을 이유로 이달 말까지 판매하기로 했다. 경남은행 역시 이달 27일까지만 해당 상품을 취급하기로 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상환기간이 긴 만큼 매달 내야할 원리금이 적어져 총부채원리상환비율(DSR) 규제 내에서 대출 한도를 확대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청년층 주거대책으로 만 34세 이하를 대상으로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이 첫 선을 보인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그러나 올해 들어 50년 만기 주담대가 금융권 전역으로 확산하며 연령 제한이 사라지고 끝끝내 가계대출을 자극하는 주범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 ▲ 추경호 경제부총리(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부동산 거래↑ 주담대↑… 이창용 "강력한 조치"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신용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석달 새 9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소폭 하락세를 보였으나 주담대가 14조원 넘게 불어나며 가계신용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가계신용 증가 원인으로 전국 주택 거래량 확대를 꼽고 있다. 올 2분기 주담대 잔액은 전분기 대비 14조1000억원 증가한 103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시장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며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정부의 대출규제까지 일부 완화되며 주담대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 흐름을 억제하기 위한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다만 현실적으로 오는 24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워 실질적 '카드'가 부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해 "가계부채가 늘지 않도록 강력하게 미시적, 거시적 조치를 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아래로 떨어지게 하고 중장기적으로 90% 아래로 내려가게 하는 것이 정책 1순위라는 게 정부의 공감대"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역시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대출이 가계대출 부채 증가로 나타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대응할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