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예상된 수순 신경정신의학회, 보호의무자 입원제 페지 공권력 개입 후 관리체계… 오히려 환자 인권 상승 용어순화도 중요한 문제… 안심치료·입원으로 변경 제안
  • ▲ 지난 4일 대전 한 고등학교에서 조현병 환자인 피의자가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 지난 4일 대전 한 고등학교에서 조현병 환자인 피의자가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중증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를 막기 위한 해법으로 판사가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중차대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수시로 언급된 사안이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이번엔 법제화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이달 초 법무부는 사법입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보건복지부와 합동TF를 구성해 정신질환자 입원제도 전반을 재점검하고 있다. 의료계 역시 동의하며 제도적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일 서현역 칼부림 사건 피의자와 4일 대전 교사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가 각각 조현성 성격장애와 조현병을 진단받은 전력이 있다. 그런데도 이들을 치료할 법적 체계가 부족했다. 

    지난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역시 조현병을 앓았지만 적극적 치료의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 범죄 노출 가능성이 열린 지점은 2017년 5월이다. 비자의 입원 요건을 대폭 강화한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적기에 입원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가 강조됨과 동시에 치료체계는 무너졌고 일련의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 의료계 시각이다. 결국 공권력 개입이 중요한 상황이 됐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대의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사법입원 또는 정신건강심판원제도의 도입을 공식의견으로 채택했다.

    미국의 경우는 중증 정신질환의 비자의 입원을 판사가 결정하고 영국과 호주에서는 정신건강심판원이 결정하는 구조다. 

    이들 국가의 공통적 특징은 전문가 평가를 의무화했고 그 결과에 따라 외래치료 지원제를 통해 조기치료를 권장하고 인권, 안전, 치료를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화영 학회 법제이사(순천향대 천안병원)는 "현재 가족에게 비자의 입원을 결정짓는 보호의무자 입원제도가 더 큰 고통으로 작용하는 현실"이라며 "이를 폐지하고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사법입원 도입 등 합리적 제도가 시행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사회에 대한 안전감을 잃어버릴 수 있다"며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견고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결과제는 일련의 절차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예산 투입이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사법입원을 결정할 판사와 조사관을 늘려야 하고 동시에 외래 및 입원치료와 관련 사회관리팀 구성이 필요하다. 

    특히 사법입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진 무게감이 크다면 이를 '안전치료, 안전입원' 등의 용어로 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결국 환자의 치료 결정권의 미흡을 공공이 개입해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지금보다 인권을 보호하는 결정인데 자칫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용어로 왜곡 해석할 여지가 있으므로 이를 반영한 내용도 동시에 검토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9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질환자의 가족에게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면 안 된다"며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이 사법기관과 의료계에 갖춰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