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모멘텀, 한화로보틱스 출범… 10월 초 설립“선택과 집중 통한 전문성 제고 및 경쟁력 강화 목적”태양광 10년 투자로 결실… 로봇 27년 8.5조 ‘블루오션’
  •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
    한화그룹이 ‘한화로보틱스’를 설립하고 로봇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10년간의 뚝심으로 태양광을 그룹 주력 먹거리로 키워낸 김동관 부회장이 로봇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 모멘텀 부문은 협동로봇과 무인운반차(AGV) 사업을 분리해 신설법인 ‘한화로보틱스’를 출범한다. 오는 10월 초 설립될 예정으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함께 투자하는 조인트벤처 형태로 운영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 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높이고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게 한화측 설명이다. 

    ㈜한화 관계자는 “신규법인 신설을 통해 모멘텀 부문은 핵심사업인 이차전지와 태양광 장비 사업에 집중하고, 협동로봇과 무인운반차 사업은 분사 운영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외형성장과 수익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 ㈜한화의 기업가치를 증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그룹과의 방산-화학 빅딜로 삼성테크윈 협동로봇 생산라인을 넘겨받으며 로봇사업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이에 따라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안전 기능이 훨씬 강화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2017년부터 본격 시장에 진출했고, 2020년 8월에는 한화정밀기계의 협동로봇 사업을 ㈜한화로 이관해 전략적으로 육성에 나섰다. 당시 한화는 “로보틱스 미래 혁신 기술을 확보하고 물류 운반 분야 로보틱스 경쟁력 강화 등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한화정밀기계의 협동로봇사업을 양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HD현대, 두산과 함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간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에서 로봇사업을 향후 성장동력으로 키울 것으로 전망해왔다. 지난해 초 ㈜한화 기계 부문에 무인운반차 로봇센터를 신설하고 삼성전자 출신이자 로봇 프로그램 설계 전문가인 서종휘 상무를 센터장으로 영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한화가 급성장하고 있는 물류·공장 자동화 산업, 무인 협동 로봇 시장의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로봇회사 고스트로보틱스 한국법인이 한화그룹 본사에 방문해 4족보행 로봇을 시연한 일도 있었다. 당시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참관해 제품 시연을 확인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한화가 그룹차원서 로봇사업을 키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공교롭게도 한화의 로봇사업은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 사내이사로 입성한 지난해 초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김 부회장은 그룹 사업 재편과 중장기 전략 사업 추진을 책임지는 전략부문 총괄을 맡고 있다. 한화그룹이 로봇사업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육성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김동관 부회장이 로봇사업을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010년 한화그룹은 중국 태양광모듈업체 솔라원을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다. 2년 후 당시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재직하던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독일의 태양광 셀 업체, 큐셀 인수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셀로 자리를 옮긴 김 부회장은 태양광 시장이 주목받지 못하던 10여 년간 꿋꿋이 투자를 지속하면서 세를 확장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한화솔루션은 매출액 6조4931억원, 영업이익 4655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6.3%, 영업이익은 11.1% 증가한 수준이다. 뚝심 있는 투자가 그룹의 먹거리를 키워냈다는 평가다.  

    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다. 로봇사업은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 등 전세계적인 사회구조 변화에 맞물려 급격한 시장 성장이 점쳐진다. 한화에 따르면 국내 시장은 2023년 1300억원 수준에서 2027년 5500억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며, 전세계적으로도 유럽·북미·중국을 중심으로 2023년 2조원에서 2027년 8조5000억원으로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한화로보틱스는 스마트 기술 기반 ‘로보틱스 솔루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협동로봇 사업은 산업용 중심에서 서비스용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용접 및 머신텐딩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산업용 고객을 집중 공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푸드테크 ▲건물관리 ▲전기차 충전 등 서비스 시장으로의 확대를 계획 중이다. 무인운반차 부문은 고객사 요구를 반영한 맞춤 제품 기반 수주형에서 모듈화 및 표준화 기반 대리점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