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내복귀법 시행 후 올 상반기까지 총 137개 기업 '유턴'대기업 3곳뿐… 23개 기업 복귀 철회·투자계획 4兆 중 22%만 집행美, 2014~2021년 총 6839개 복귀… 바이든, 성과 내세워 재선 도전전문가 "각종 기업규제 완화해야"… '여소야대' 국회 상황 한계도행안부 "지방복귀시 취득세 50% 등 감면"… 지원대책 역부족 지적도
  • ▲ 기업 발목 잡는 규제.ⓒ연합뉴스
    ▲ 기업 발목 잡는 규제.ⓒ연합뉴스
    친(親)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생산시설 국내 이전)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해선 인센티브 확대보다는 본질적인 규제개혁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해외진출기업복귀법 제정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총 137개다. 복귀법 시행 첫해 15개 기업이 복귀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가 이듬해 2개로 쪼그라든 후 지지부진하던 리쇼어링은 2019년(14개)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2020년 23개, 2021년 26개, 지난해 24개를 보였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13개 기업이 복귀 요건을 충족해 정부의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말 기준 총 126개 기업의 국내 복귀 현황을 보면 경기지역에 복귀한 기업이 8개로 가장 많고 충남 4개 사, 경북 3개 사, 경남·전북 각 2개 사 등의 순이다. 중국에서 국내로 유턴한 기업이 15개 사, 베트남에서 복귀한 기업이 4개 사로,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복귀기업의 80%쯤을 차지했다.

    문제는 리쇼어링 실적이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정체를 보인다는 점이다. 올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 복귀한다는 가정하에 최근 5년간 국내복귀 기업은 113개로 평균 22.6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업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리쇼어링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37개 기업에 그친다.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미국의 유턴기업은 2014년 340개에서 2021년 1844개로 5배 이상 늘었다. 누적으로는 총 6839개 미국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갔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실적은 미국의 1.6%에 불과하다. 2006~2018년 일본의 유턴 기업은 총 7633개, 대만은 2010~2015년 364개, 유럽은 2016~2018년 193개 기업이 역내로 돌아왔다.
  • ▲ 국내복귀기업의 기업규모별 분포 추이(단위:개社).ⓒ산업부
    ▲ 국내복귀기업의 기업규모별 분포 추이(단위:개社).ⓒ산업부
    우리의 리쇼어링은 겉으로 드러난 저조한 숫자도 문제지만, 내용을 들여다봐도 미흡한 부분이 적잖다. 먼저 복귀기업의 복귀 철회가 눈에 띈다. 그동안 산업부가 발표한 대로면 올 상반기까지 누적된 복귀기업 수는 총 160개여야 한다. 돌려 말하면 지금까지 23개 기업이 국내 복귀를 '없던 일'로 했다는 얘기다. 비율로는 14.4%에 해당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선정된 기업이 폐업했거나 국내 복귀를 포기한 사례"라며 "대부분 (복귀법 시행 초기) 쥬얼리, 신발 등 노동집약적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복귀 철회 기업이 국내 투자를 약속한 규모는 1970억 원이 넘는다.

    복귀기업 중 일자리 파급효과와 투자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대기업이 극소수라는 점도 국내 리쇼어링의 한계로 부각된다. 복귀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국내로 생산시설을 옮긴 대기업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전체 복귀기업의 2.2%에 그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집계를 보면 반(反)기업 성향의 문재인 정부 5년간 국내로 돌아온 대기업은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그나마 지난해 화학업종, 올 상반기 전기·전자업종 각 1곳이 국내 복귀기업으로 결정돼 친기업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체면을 살렸다.

    국내 복귀기업의 투자실적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산업부 설명으로는 현재까지 유턴기업이 밝힌 국내 투자계획 규모는 3조8922억 원쯤이다. 이 중 실제 투자가 이뤄져 국내 공장시설이 가동 중인 규모는 54개 기업에서 투자한 8400억 원쯤으로 집계됐다. 애초 정부가 밝힌 규모의 21.6% 수준이다. 유턴기업의 39.4%만 투자 약속을 이행한 셈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복귀법상 지원대상으로 선정되고서 5년 이내에 투자가 이뤄지면 된다"며 "2020년 이후 복귀기업이 많은 것이 투자실적이 저조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 ▲ 미국 텍사스주에 생긴 '삼성 고속도로'.ⓒ연합뉴스
    ▲ 미국 텍사스주에 생긴 '삼성 고속도로'.ⓒ연합뉴스
    세계는 한 푼이라도 더 기업 투자를 유치하려고 경쟁 중이다. 리쇼어링은 물론 외국기업의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겨오게 유도하는 온쇼어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각국 기업의 생산시설 투자를 유도하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삼성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을 추가로 짓는 것도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 생산공장을 만드는 기업에 5년간 520억 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주기로 하는 등 '당근'을 제시하며 투자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를 앞세워 내년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IRA 시행 1주년 행사에서 "이 법은 미국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 가운데 하나"라고 성과를 부각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해 2월 내놓은 리쇼어링 효과 분석에서 해외 철수 계획이 있는 국내 제조기업이 복귀하면 8만6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1만2000개 △도소매 1만2000개 △육상운송 4971개 △전기·전자 4730개 △제조 임가공 4527개 등이다. 또한 해외진출 국내 제조기업의 매출액 중 4.6%가 국내에서 발생할 경우 국내생산액은 36조2000억 원 증가할 것이라 분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좀 더 공격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몇 가지 인센티브 확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법인세 인상 등 세금 이슈, 경영진이 형사법에 쉽게 노출되는 문제, 각종 기업규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리쇼어링 확대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세법개정안에서 복귀기업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감면 기간을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등의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세법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법인세 인하를 예로 들며 국회 '여소야대' 국면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p) 내리겠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초부자감세'라고 비판하면서 결국 최고세율 1%p 인하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 한편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17일 반도체장비 부품 국내복귀기업인 ㈜케이엔제이 아산공장을 찾아 생산시설과 투자예정부지 등을 둘러보고 "첨단·공급망핵심 기업의 국내복귀는 투자·고용·수출 등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공급망안정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는 앞으로 제도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국내복귀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열린 제2차 지방세발전위원회에서 '2023년 지방세입 관계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리쇼어링 기업에 대해 신설한 지방세 감면 혜택 내용이 포함됐다.

    행안부는 공급망 안정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에 대해 취득세는 50%, 재산세는 향후 5년간 75%를 각각 감면해 주기로 했다. 취득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최대 50%포인트(p)까지 추가 감면이 가능하게 했다. 전액 감면도 가능한 셈이다.

    다만 이번 지방세 감면은 해외에서 2년 이상 사업장을 운영한 기업이 수도권 등 과밀억제권역이 아닌 지역으로 복귀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혜택을 볼 수 있는 제한 조건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