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적 동결'현 금리, 경기 급랭시킬 수준 아니다"가계부채 속도 빠르면 금리 대응원/달러 환율 1340원… "우려할 수준 아니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은 '긴축적 동결'이다. 
    한은 금통위는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 수준을 현 3.50%에 묶어뒀으나 미국의 긴축 기조 흐름 속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까지 겹치자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서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당분간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원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 美 긴축 · 가계부채 증가 계속되면… 금리 3.75% 

    이 총재는 당분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밝혔다. 

    그는 "첫 번째 미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져 이번주 잭슨홀 미팅이나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정책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물가 변동성도 같이 높아질 수 있어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두번째 이유로는 가계대출을 들었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확대될지 유의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리 상방 옵션을 열어두기로 했다"면서 "연말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이야기 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오히려 지금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얼마나 오래 금리를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률이 예상 추세대로 갈지, 가계부채 등 여러 금융안정 상황이 어떻게 지속되는지 보면서 그때그때 판단하고 조절하는 것이라 (금리 조정) 시기를 못 박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통화긴축 장기화에 따른 경제 성장이 제약될 우려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지금까지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물가가 많이 안정된 편에 속한다"면서 "점진적으로 2%까지 가려고 하기 때문에 금리가 경기를 급랭시킬 위험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 가계부채 GDP 보다 빨리 오르면 금리로 대응

    이 총재는 이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총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 자체를 목표으로 하지는 않는다"면서 "가계부채 증가는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하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중앙은행의 관심(사항)"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두 달 동안 가계부채가 예상보다 더 증가했는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목표로 여러 미시적 규제완화 정책을 하면서 기대하지 않은 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몇 달 더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 있지만 GDP 대비 비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 강조했다. 

    당장은 미시 정책을 통해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한 뒤 이후에도 증가세가 계속된 다면 거시정책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지난 2021년 105.7%까지 증가했다가 올 1분기에는 103.4%까지 감소했다.

    한은이 가계부채의 위험 수위를 GDP 대비 비율로 삼고 있는 만큼 경제규모 증가 속도보다 가계대출 오름세가 빨라진다면 언제든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은이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던 시점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이로 인해 누적된 금융불균형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당시에는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가계부채가 한은의 금리 인상 핵심 동력이었던 셈이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 원/달러 환율…"우려할 수준 아니다"  

    이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30~1340원대로 상승한 상황에 대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이 오른 것은 미국 달러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달러 강세로 위안화와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가) 이런 흐름에 같이 동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율 수준이 적정한 지보다는 환율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환율 수준 자체보다는 미국이 긴축 기조를 계속 가져갈지 등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만약 그럴 가능성이 있으면 금리 뿐만 아니라 여러 미시적 시장 개입을 통해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 경기불안 多… 내년 경제성장률 0.1%p 낮춰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인상 가능성은 계속 열어두고 있으나 실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기 떄문이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를 기록했으나 민간소비가 -0.1%로 뒷걸음질 치는 등 수출, 수입, 투자 등 상당수 영역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며 지표상으로 순수출이 증가해 불황형 성장의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를 유지했으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2%로 0.1%p 낮춰 잡았다.

    미국 긴축 기조와 중국 부동산 리스크로 금융시장이 위협받고 있으나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다만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초 정부가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2.4%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2.3%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은행이 예상한 1.4% 경제 성장률은 2000년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2000년 이후로 보면 올해 성장률이 네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앞서 언급했지만 재정을 풀어서 성장률 방어하기보다는 구조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