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 콜봇 등 인공지능 고객센터 시장 급성장SKT 강력한 브랜드 활용, '화이트 라벨링' 효과 기대AI 패러다임 'LLM→sLLM'… 교육, 스마트팩토리 등 적용 가능금융위, 가스공사, KB국민은행 등 주요 고객사… "내년 상장 목표"
  • ▲ 유승재 페르소나AI 대표가 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병욱 기자
    ▲ 유승재 페르소나AI 대표가 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병욱 기자
    생소한 국내 스타트업이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AI 사업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는데, 그 이름은 바로 '페르소나AI'였다. 2017년 설립된 페르소나AI는 챗봇 등을 제작하는 회사인데, 업계에선 왜 MS가 수많은 챗봇 기업 중 페르소나AI를 선택했는지 궁금해했다.

    한달 뒤, SK그룹의 AI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SK텔레콤이 페르소나AI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자 업계의 관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3사 중 '2등'에 머물고 있는 AICC(인공지능 고객센터) 시장에서 페르소나AI와 함께 1위 사업자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승재 페르소나AI 대표는 4일 본지 인터뷰를 통해 SK텔레콤과 손잡고 국내 AICC 시장 판도를 흔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대표는 “페르소나AI가 AICC 베타 버전을 4년 전부터 만들었고, 작년에 출시했는데 고객사가 지금 1400곳”이라며 “SK텔레콤이 굉장히 열정과 의지가 많아서 같이 손을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투자) 제안 해줘서 잘 맞게 됐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통3사 중 유일하게 언어모델을 ‘에이닷’을 선보이고 있다. 유 대표는 언어모델을 만드는 것은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시대를 먼저 준비해 온 SK텔레콤의 기술력과 추진력에 이끌려 협력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로서 SK텔레콤이 가진 역량과 페르소나AI의 기술력이 만날 시 타사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클라우드 기반 AICC를 만들려면 기술적으로 3년에서 5년은 걸리는데, 통신사들은 이걸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며 “페르소나AI는 이미 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르소나AI는 스타트업이고 개발자 기업이라서 홍보한 적이 없는데도 1400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며 “이제 페르소나AI 이름으로 서비스할 필요 없이 SK텔레콤의 강력한 브랜드를 활용해 ‘화이트 라벨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화이트 라벨링이란 자사의 제품의 타사의 브랜드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점유율 확보에 효과적인 마케팅 방식이다.

    페르소나AI의 ‘클라우드’ 기반 AICC의 핵심 경쟁력은 ‘가격’이다. 유 대표에 따르면 기업이 자체 AICC를 구축할 때 드는 비용은 최소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한다. 페르소나AI가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하는 AICC는 월 수십만원에 구축 및 이용할 수 있고 사용량만큼 요금을 내면 된다.

    그는 SK텔레콤과의 협력이 이미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클라우드 기반 AICC를 SK그룹 계열사와 이미 계약해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SK텔레콤 AICC팀과 공동 제품을 사실 이미 만들었고 이력 관리 등 대기업이 원할 만한 기능을 추가해 현재 영업 중”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고객센터의 영문 약자인 AICC는 AI 챗봇, 콜봇 등을 포괄한다. SK텔레콤은 시장조사업체를 인용, 국내 AICC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3.7% 성장해 4546억원, 글로벌 AICC 시장은 2025년까지 매년 25% 성장해 46조8794억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유럽·중동·동남아시아의 대표 통신사와 AI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협력체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구축한 바 있는데, 덕분에 페르소나AI의 글로벌 진출 판로도 덩달아 열리게 됐다. 

    유 대표는 SK텔레콤과 AICC뿐만 아니라 sLLM(소형언어모델)에서도 협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를 휩쓸고 있는 초거대 AI 열풍이 미국에선 이미 유행이 지났다며 패러다임이 거대언어모델(LLM)에서 sLLM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sLLM은 기업 서버에 자체 엔진을 깔기 때문에 외부 서버에 연결할 필요가 없어 보안과 비용 측면에서 뛰어나다”며 “11월~12월부터는 sLLM으로 국내에서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초거대 AI의 최대 단점은 비용과 보안이다. 이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외부 서버에 구축된 초거대 AI가 답변을 계산해 재전송하는 구조다. 건당 비용이 청구되고, 외부에 데이터가 전송된다. 

    반면 sLLM은 기업 내부 서버에 설치되기 때문에 최초 설치비용을 제외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데이터가 외부로 빠져나갈 걱정도 없다. 

    유 대표는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영어 교육 서비스에 페르소나AI의 sLLM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개인정보 문제로 어머님들이 민감해할 수 있는데, sLLM은 교육회사 서버에 설치되는 게 아니라 핸드폰 앱 내부에 설치되기 때문에 (교육회사는) 그 아이의 얼굴 사진이나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sLLM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작동하기 때문에 향후 SK텔레콤의 로봇이나 SK그룹의 스마트 팩토리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항에서 길을 안내해주는 SK텔레콤 로봇에 sLLM을 적용할 수도 있고, VR 고글에 sLLM을 탑재해서 작업자가 핸드폰에 연결할 필요도 없이 ‘32번 코드가 에러가 났는데 이게 뭐지?’라고 음성으로 물으면 고글이 정보를 띄워줘서 현장 작업자가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페르소나AI는 금융위원회, 한국가스공사, KB국민은행 등 정부 기관, 공공기업, 금융사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