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시공·임대운영까지…뒤늦게 그랜드 오픈 행사30년고정 모기지금리 평균 7.18%…건수 27년만 '최저' 최대 6~8주 무료임대…최대 1500달러 룩앤 리스 혜택
  • ▲ The BORA(더 보라) 3170. ⓒ반도건설
    ▲ The BORA(더 보라) 3170. ⓒ반도건설
    '창업1세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서기 직전 심혈을 기울인 현장이 있다. 바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심가에 세워진 주상복합단지 '더 보라 3170(The BOBA 3170)'이다. 지난 3월 우여곡절 끝에 완공했지만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연쇄적으로 높이면서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꼬꾸라지기 시작했다. 

    2020년 연초부터 건설업계에 적잖은 파란이 일었다. 당시 시공능력평가 14위인 반도건설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LA한복판에 지하 1층~지상 8층·총 252가구 규모 더보라 3170을 준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까닭이다. 총사업비만 1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권 회장은 약 2년간 LA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뉴욕 등 각지역을 방문, 시장조사부터 주택 인허가절차 및 행정절차·사업성 등을 면밀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지매입부터 시행·시공·임대까지 사업전반을 직접 추진하기 위해 설계 초기단계부터 해외주택공사 전문가를 영입, TF팀을 구성해 철저한 시장조사와 기술적 리스크까지 꼼꼼하게 모니터링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1월 첫삽을 뜬 더 보라 3170은 애초 2022년 5월 준공예정이었지만 여러부침 끝에 약 39개월만인 올 3월께 완공돼 4월부터 임대인모집에 들어갔다. 

    더 보라 3170은 올림픽길(3170 W. Olympic Blvd) 일대 5만1223스퀘어피트(sf), 연면적 33만4970sf로 아파트 252가구와 상업시설로 구성돼 있으며 유닛은 △스튜디오 △원베드(침실 1개) △투베드(침실 2개)로 나뉜다. 

    임대기간은 13개월부터 18개월까지며 유닛별 임대료는 개월수에 따라 △스튜디오 2145달러~3206달러 △원베드 2122달러~3736달러 △투베드 4754달러~4777달러사이로 책정돼 있다. 보증금은 1000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132만원이다. 

    더 보라 3170이 모두 임대됐을 때 예상되는 매출은 약 800만달러로 20일 현재 환율 달러당 1328원을 적용하면 약 106억원이다. 즉 매년 100억원이상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 ▲ The BORA(더 보라) 3170 착공 당시 사진. ⓒ반도건설
    ▲ The BORA(더 보라) 3170 착공 당시 사진. ⓒ반도건설
    안타까운 것은 현재 미국 부동산시장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20일 CNN·CNBC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7%대 달하고 있다. 미 연방주택저당공사 프레디맥은 이달 14일 기준 30년 고정 모기지금리가 평균 7.18%로 전주대비 6bp 올랐다고 발표했다. 1년전만해도 30년 고정 모기지금리는 평균 6.02% 수준이었다.  

    인플레이션 재가속과 지속된 모기지 금리인상으로 주택수요도 바닥을 쳤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9월 둘째주 기준 주택구입을 위한 모기지 신청건수는 27년만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반도건설 관계자는 "준공 당시 100가구이상 현지 입주 사전의향서가 들어왔었고 임대인모집 5개월만에 약 75% 계약률을 보이고 있다"며 "임대수요가 풍부해 빠른시일내 계약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이어 관계자는 "현재 금리가 높은 상품은 매매용"이라며 "주거임대사업은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도건설 반론과는 달리 미국 현지 임대차시장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만 그나마 관심을 갖는 분위기로 보인다. 

    아파트파인더(Apartmentfinder)나 홈스닷컴(Homes.com) 등 현지 부동산정보플랫폼 인터넷사이트를 접속하면 당장 임대가능한 더 보라 3170 물량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공통적으로 "Free lease for up to 6 weeks!* Offer up to $1,500 Look & Lease*"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풀어 최대 6주간 공짜로 살아보거나 방문후 즉시 계약할 경우 최대 1500달러를 제공(할인)해주겠다는 얘기다. 심지어 한 사이트는 '최대 8주'를 제시하기도 했다. 

    반도건설의 눈물겨운 모집 분투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완공후 수개월이 지난 6월 그랜드오픈행사를 또 진행하기도 했다.
  • ▲ 미국 부동산 정보 플랫폼에 나와 있는 The BORA 임대 정보. 모든 사이트에 공통적으로 '최대 6주 무료 임대'·'최대 1500달러의 look & lease'·'낮은 보증금' 등이 광고 문구로 적혀 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미국 부동산 정보 플랫폼에 나와 있는 The BORA 임대 정보. 모든 사이트에 공통적으로 '최대 6주 무료 임대'·'최대 1500달러의 look & lease'·'낮은 보증금' 등이 광고 문구로 적혀 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미 현지언론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지난 6월10일 더 보라 3170 그랜드 오프닝 이벤트를 열었다. 이날 반도건설은 행사에 참석한 참가자 5명을 선정해 삼성전자 태블릿PC를 무료로 증정하고 아파트투어 종료후 리스계약서를 작성한 선착순 10명에게도 태블릿PC를 제공했다.   

    또 개인 소셜미디어에 행사후기 또는 아파트리뷰를 올리면 머그컵을 주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잔여물량 소진이 더딘 탓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시장의 불확실성은 어느정도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지만 해외의 경우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어 사업전개시 각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를 선별적으로 추진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며 "해외는 국내 법체계와 문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이 주택매매나 관련 시장대응에 있어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대응해야 할 요소가 결국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반도건설은 더 보라 3170 인근에 후속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2차 사업지는 3355 W Olympic Blvd, 3차 사업지는 3020 Wilshire Blvd로 현재 부지매입까지 끝난 상태다. 4차 사업지도 물색중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2차 사업은 콘도(분양), 3차는 주상복합 아파트(임대)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현재 부지매입만 완료한 상태로 정확한 착공일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연내예정으로 봐달라"고 했다.

    하지만 2차 사업의 경우 분양으로 진행되는만큼 현지 부동산시장 침체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북미진출을 확정한 한 대형건설A사 관계자는 "미국 부동산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현지 쪽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며 "다른 사업장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사의 경우 이제 막 사업 초기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현 상황과 관련해 어떤 대응이나 진단을 내놓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