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술 500건 시행 가능한 환경조성 필수 약 3만명 중증 난치성 환자, '젊은 돌연사' 공포이대로 무너지면 일본·중국서 수술 받아야 수술 가능 병원, 서울대·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아산·고대구로·해운대백병원
  • ▲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국내 중증 난치성 뇌전증 수술이 소멸 직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한 수가와 의료환경은 고난이도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 탓이다. 생사의 기로에서 환자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주변 국가인 일본과 중국도 국가적 관리망이 형성된 상태인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한계다. 선결과제로 전국 6곳의 뇌전증 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중증 뇌전증 치료센터'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전 대한뇌전증학회장)은 "뇌전증은 3대 신경계 질환으로 환자 수는 36만명이며 70%는 약물치료로 조절이 된다. 그러나 10만명은 약물 난치성 환자이며 이 중에서도 약 3만명은 발작이 한 달에 1회 이상 발생해 돌연사율이 30배 높아 뇌전증 수술이 꼭 필요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그는 "3만명의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와 그 가족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치거나 죽을지 모르는 공포에 맞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정부는 생과 사의 고통받는 이들의 치료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 정책 설계과정서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놓여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유일한 치료법은 뇌전증 수술로 사망률을 1/3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뇌전증 수술은 붕괴 중으로 2012년에 238건에서 2021년 83건으로 크게 줄었다. 

    미국은 연간 3500건의 수술을 하고 일본도 1200건을 시행 중으로 국내에서도 적어도 1년에 500건 이상 수술이 필요하다. 이를 충족시킬 제도적 보완이 절실한 때다. 

    홍 학회장은 "1년에 약 400명 이상의 젊은 뇌전증 환자들이 뇌전증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는 참담한 상황이다. 암과 비교하면 10년 생존율 약 70%로 대동소이하지만 사망시 나이대가 어리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고난도 수술 가능 6곳 지정 없이는 '붕괴'… 외국 나가야 

    뇌전증 수술은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전문간호사, 신경심리사, 신경영상의학과, 신경핵의학과 등 전문의들이 모인 다학제팀이 필요하다. 

    통상 수술은 4~6시간 걸리지만 준비에 필요한 시간은 150~200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대부분 병원의 의료진들은 뇌전증 수술을 회피하고 병원도 특별한 관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뇌전증 수술병원의 수는 20년 전에 16개에서 현재 6개로 줄었다. 현재 국내에서 뇌 안에 전극을 삽입하는 최고난이도 수술이 가능한 레벨4 기관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구로병원, 해운대백병원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노동후생성이 지정한 28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과 중앙뇌전증지원센터를 만들어 대응 중이며 중국은 질병관리본부 소관으로 지역 뇌전증클리닉, 도시 뇌전증센터, 중증 뇌전증치료센터가 구축됐다.

    홍 학회장은 "지금이라도 전국에 6개밖에 없는 중증 뇌전증 치료센터의 국가 지정과 관리와 병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들이 전면적으로 수술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의료체계 정립에 있어 가장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계속해서 외면받는다면 중증 뇌전증 환자들은 중국이나 일본으로 넘어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도권-지역의료의 편차를 얘기할 수준이 아닌 소멸 직전에 있다는 점을 인지해 정부 주도로 뇌전증 담당부서를 만들어 희귀난치병에 준하는 집중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