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봉 삼성서울병원 교수 "타 질환과 다른 영역… 로봇 없으면 대처 불가능"서울대·서울아산·고대구로·이대목동병원 도입 관건 연 1500억 드는 약물치료 대비 비용 효과성 입증 5년간 60억 투입시… 매년 어린 뇌전증 환자 300명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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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는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고 이때 로봇수술이 필수적이다. 극도로 세밀하게 정확한 지점을 찾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로봇의 도움 없이 직접 수술에 들어갈 경우 뇌출혈 문제를 방어하기 어렵다.정부가 6억~7억원 규모의 지원을 해주면 각 병원에서 약 2억원을 투자해 장비를 갖추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내년 예산이 사라졌다. 최소 4곳의 병원에 6억씩 지원해 24억원을 의료공백으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 있다.31일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 前 대한뇌전증학회장)는 "뇌전증 수술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과정으로 비유된다. 로봇이 없으면 뇌 안에 전극을 삽입하는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뇌전증 로봇수술기는 짐머바이오메트의 '로사', 국내사 고영테크놀러지의 ‘카이메로’ 등 2종이다. 위암, 갑상선암, 전립선암 등 질환 대응에 쓰여 다수의 병원의 보유한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 로봇수술기가 아니다.홍 교수는 "뇌전증 수술 로봇은 1년에 사용 빈도가 10~30건으로 수지가 맞지 않아 병원이 구입하지 못한다. 뇌전증 수술팀이 있어도 수술 로봇이 없어서 수술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이어 "수술 로봇 한 대의 정부 지원금은 약 6억~7억원 수준이다. 로봇은 한번 구입하면 최대 20년 정도 사용할 수 있어 6억을 20년으로 나누면 1년에 3000만원을 지원하는 수준"이라며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시급하게 예산이 투입돼야 할 영역"이라고 지적했다.보건복지부는 2021년에 삼성서울병원(7억원), 2023년에 해운대백병원(7억원)에 수술 로봇을 지원했는데 2024년 관련 예산이 없어졌다.당장 내년부터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4곳에 정부 지원이 있어야 수술 진행이 가능한데 여의찮은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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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대비 효과성도 입증할 근거가 충분하다.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연구에 따르면 1년 뇌전증 환자의 약물 치료 비용은 약 15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뇌전증 수술 2~5년 후 약물 사용량은 26% 감소했고 전체 의료비는 50% 감소했다.홍 교수는 "로봇 한 대는 매년 수십명 뇌전증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10년 동안 수백 명을 살린다. 수술을 받지 못하면 젊은 나이에 돌연사 위험이 30배 높은 환자들"이라고 설명했다.그는 "현재 국내에서 뇌전증 수술이 시급히 필요한 중증난치성뇌전증 환자 수는 약 3만7000명이고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 수는 약 12만명"이라며 "매년 1000명씩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특히 서울권에 뇌전증 로봇수술 기기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되 전국적으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늘리는 형태로 확장하는 것을 중요한 정책적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홍 교수는 "내년 24억원의 예산을 포함해 향후 5년간 전국적으로 총 60억원이 투입된다면 매년 300명 이상의 어린이와 젊은 뇌전증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정부는 탁상공론을 범추고 뇌전증 수술을 하는 의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