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레벨-4 뇌전증센터' 육성… 국내체계선 관련 지침 부재약물로 해결 안 되는 뇌전증 환자의 돌연사율 '심각'홍승봉 학회장 "신경외과 교수의 타병원 수술 가능하게 해야"
  • ▲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이 ROSA 뇌전증 수술 로봇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이 ROSA 뇌전증 수술 로봇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약물 치료로 조절이 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수술을 통해 돌연사율을 줄여야 하는데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인해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8일 대한뇌전증센터학회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6만명이다. 70%는 약물 치료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지만 나머지 30%인 약 10만명은 여러 가지 약물을 투여하여도 경련 발작이 재발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이다. 

    젊은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돌연사율은 일반인의 20~30배에 달하고 14년 장기 생존율은 50%로 매우 낮다. 한편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뇌전증 돌연사는 1/3로 줄고, 14년 장기 생존율이 90%로 높아진다. 

    하지만 국내에는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의 수가 매우 적다. 극소수의 수술이 가능한 병원에 가더라도 담당 의사가 누군지에 따라 수술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다.

    일례로 A병원의 뇌전증 교수들 중 환자가 더 많은 교수는 거의 수술을 권하지 않고 다른 교수는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한다. B병원 역시 특정 교수는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하지만 타 교수들은 수술을 피한다. 
     
    같은 병원을 방문해도 담당 의사에 따라서 그 환자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뇌전증 수술을 전담하는 4곳의 병원들의 뇌전증 환자 수는 약 4만명에 이르지만 총 수술 건수는 1년에 60~70건에 불과하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삼성서울병원 교수)는 "뇌전증 수술팀은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이 필수인력인데 현재 인력 부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레벨-4 뇌전증센터(최상위 뇌전증수술센터)를 만족하는 병원은 미국에 230개가 있고 일본은 2015년 28곳이 지정됐고 앞으로 49곳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국내에서 정부 사업을 하고 있는 단 한 개 병원뿐이다. 

    홍 회장은 "이제 정부가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뇌전증 수술을 암환자, 뇌졸중과 같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뇌전증 수술에 필요한 수술 로봇과 관련 복지부가 올해에도 2대를 지원하는 예산이 통과돼 다행"이라면서도 "뇌전증 수술과 환자 관리에 꼭 필요한 인력 지원 예산은 전혀 승인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뇌전증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교수의 확충과 이들이 다른 병원에 가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협력 시스템이 빨리 도입돼야 한다"며 "적극적인 관리와 중재가 없으면 한국에서 뇌전증 수술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생존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