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오는 24일부터 인증중고차 사업 개시부정적 관행 개선, 투명한 시장 분위기 기대중고차업계 "영세 업체부터 타격받을 것" 우려
  • ▲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서 매물들이 주차된 모습. ⓒ김재홍 기자
    ▲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서 매물들이 주차된 모습.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가 오는 24일부터 인증중고차 사업을 본격 시작하면서 기존 중고차 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현대차의 가세로 기존 중고차 업계의 허위매물, 강매 등의 관행이 개선되고 소비자 편의가 향상되는 ‘메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팰리세이드 인증중고차, 제네시스 G80 인증중고차를 첫 공개하면서 인증중고차 사업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현대차는 그동안 중고차 사업 분야 진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하지만 2013년 정부는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후 2019년 2월 기간이 만료되자 중고차 업체가 재지정을 신청했다. 중고차 업계는 “영세 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된다”면서 현대차의 시장 진입을 반대해왔다. 

    결국 중소기업벤처부가 지난해 4월 28일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권고안을 최종 확정하면서 일단락됐다. 권고안에는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 개시 시점을 1년 후인 2023년 5월로 지정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중고차매매업 사업자등록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준비해왔다. 다만 중고차 매집부터 상품화, 물류,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자체 인프라를 준비하면서 사업 개시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춰졌다.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제조사 인증중고차(Manufacturer Certified Pre-Owned)’를 시장에 공급해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안심하고 구매하기를 원하는 고객층 위주로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 ▲ 유원하 현대차 부사장이 인증중고차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현대차
    ▲ 유원하 현대차 부사장이 인증중고차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현대차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매입된 중고차는 양산센터에서 ▲정밀진단 ▲품질개선 ▲검사 ▲인증 등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고품질의 차량으로 리뉴얼(renewal)된다. 모든 검사 항목을 통과한 차량에 대해서만 공식 인증 마크(Hyundai Certified/GENESIS CERTIFIED)를 부여한다. 

    중고차 매집 대상 차량은 5년/10만km 이내 무사고인 현대차, 제네시스 차량으로 한정되며, 전기차, 수소전기차는 추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차는 중고차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종합해서 보여주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하이랩’, 고객에게 객관적인 차랑 가격을 산정해 제시하는 ‘AI 프라이싱 엔진’을 개발했다. 

    특히 하이랩에서는 중고차의 기본 정보는 물론 ▲전손, 도난, 침수 등의 특수사고 및 보험사고 이력 ▲중고차 성능점검 및 자동차검사 이력 ▲정비 이력 ▲리콜 이력 등 차량의 현재 성능·상태와 이력을 한 눈에 조회할 수 있으며, ▲정상매물 여부까지 확인이 가능해 허위·미끼 매물을 스크리닝할 수 있다.

    유원하 현대차 아시아대권역장(부사장)은 “‘만든 사람이 끝까지 케어한다(Made by us, Cared by us)’ 철학 하에 인증중고차 사업을 준비해왔다”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문화를 안착시켜 국내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고객들은 기존 부정적인 관행이 개선되고 투명한 거래 문화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허위·미끼 매물 ▲강매 ▲성능 상태 점검 불일치 등으로 소비자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 ▲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모습. ⓒ연합뉴스
    ▲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모습. ⓒ연합뉴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레몬마켓’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면서 “중고차 시장은 매우 불투명하고 낙후됐으며, 시장에 대한 고객 불신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는 현대차의 중고차 분야 진출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중고차 매매단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믿을 수 있는 확실한 매물이 나올 것 같다’, ‘조금 비싸더라도 대기업이 판매하는 중고차를 살 것 같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한편, 기존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영세 중고차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걱정하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연합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회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매우 유감이지만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정부의 결정에 적극 따르겠다”면서도 “현대차 등 완성차 제조사들이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대차를 대상으로 ▲중고차 업계 및 관련 산업(정비·점검·탁송·세차 등)와의 생상 계획 ▲정부, 중고차 업계와 약속한 매해 중고차 시장 점유율 제한 관리 방법과 기준 ▲중고차 및 신차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에 대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공개 질의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에서 좋은 매물을 싹쓸이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대차가 2024년까지 적용되는 점유율 제한이 풀린 후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시장 장악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