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사회 결론 없이 정회, 내달 2일 재개 예상독자 생존·3자 매각 가능성↓…시간 끌수록 불리대한항공, 아시아나 지원 계획 등 다음 스텝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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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의 합병 선결 조건으로 지목된 화물사업부 매각을 두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 전일 이사회에선 8시간에 달하는 장고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다음 스텝을 위한 빠른 용단이 요구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전일 오후 2시부터 9시40분까지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정회했다. 다음 이사회 일시와 장소는 미정이지만, 늦어도 내달 2일 회의를 재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사회 직전에는 진광호 전무(사내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임하기도 했다. 진 전무의 사내이사 사임으로 이사회는 원유석 대표(사내이사)와 사외이사 4인 등 5명의 이사진으로 진행됐으며, 5명 중 3명 이상이 찬성하면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안이 통과되는 상황이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사진들이 뜻을 모아 화물부문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진광호 전무의 사임 문제와 사외이사 가운데 한명인 윤창번 고문이 속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대한항공 합병 관련 법률 자문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되는 등 시작부터 잡음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아시아나 생존을 위해선 합병을 꼭 해야 하고, 이를 위해 화물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찬성 의견과 ▲화물매각이 합병을 반드시 담보할 수 없고, 핵심 사업매각으로 주주가치 훼손 등 배임 소지와 직원 반발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결정이 지연됨에 따라 대한항공 시정조치안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제출 역시 미뤄지게 됐다. EU 집행위가 대한항공에 요구한 시정조치안 제출 마감 시한은 이달 말까지로, 늦어도 한국시간으로 내달 1일 오전 8시까지는 EU 집행위에 보내야 한다.

    EU는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할 경우 합병 회사가 여객과 화물사업 모두를 독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화물 분야에서 서비스 가격이 오르거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해왔다.

    대한항공은 유럽 4개 도시(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로마·파리)행 슬롯 반납과 화물을 분리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마련했다. 유럽 4개 노선 운수권은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에 이관하고, 아시아나 화물을 매각해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이다.

    아시아나 이사회 동의가 필요한 화물사업 매각안이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된다면 지난 3년여간 이어져 온 양사 기업결합은 사실상 불발된다. 이 경우 아시아나 독자 생존을 장담할 수 없고, 제3자 매각 성사 가능성도 낮아 이사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이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대한항공과의 통합에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은 합병 무산 시 아시아나에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총부채는 12조원을 넘고, 부채비율은 1741.3%에 달한다. 업계 영업환경이 악화 중인 점을 고려하면 독자 생존은 물론 새 주인을 자처할 곳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이사회가 가결도 부결도 아닌 보류나 기권으로 시간을 끈다면 기업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이사진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 커질 수 있다. 독자 생존을 위한 방법론이 묘연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워 정상적인 기업으로의 활동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시정조치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하지 못해 합병이 불발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는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 이사회에 앞서 전날 오전에는 자체 이사회를 열고 7000억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활용해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는 방안도 의결한 상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만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출 기한 연장과 관련해서는 EU 집행위 측에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