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사람 다 샀다"… 전기차 성장세 주춤완성차-배터리 업계, 감산 및 합작공장 가동 연기'선수금-후지불' 구조 협력사 장비 공급 지연에 어려움 가중
  • ▲ 미국 켄터키주(州) SK온과 포드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 공장 건설 현장.ⓒSK온
    ▲ 미국 켄터키주(州) SK온과 포드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 공장 건설 현장.ⓒSK온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전기자동차 부진 여파에 국내외 공장 건설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와 협력사들간 공급계약은 '선수금-후지불'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납기일이 밀리면서 선수금 만으로 장비 제작 및 인건비 등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장사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체에 장비를 공급하는 티에스아이와 에이프로는 최근 공시를 통해 계약기간을 일부 조정했다. 

    배터리 업체에 믹싱시스템을 공급하는 티에스아이는 폴란드에 공급 계약기간 종료일을 지난달 31일 종료에서 내년으로 1년간 연기했다. 2차전지 믹서 공급계약 기간도 미뤄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에이프로는 지난달 말 계약 종료 예정이던 2차전지 활성화장비 공급계약을 이달 말과 12월 중순으로 각각 연기했다. 

    배터리 셀 제조 공정은 크게 전극(극판) 과 조립, 화성 공정 등 세 부문으로 이뤄진다. 전극과 조림 공정은 전(前) 공정으로 나뉘며 화성 공정은 후(後) 공정으로 분류된다. 우선 전극 공정은 쉽게 말해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공정으로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단계다. 공정은 원재료를 혼합하는 ‘믹싱 공정’을 시작으로 코팅과 두께를 얇게하고 전극을 잘라주는 공정 등을 거치게 된다.

    조립 공정은 전극 공정을 통해 생산된 양극판과 음극판에 분리막, 전해질까지 조립하는 단계를 뜻한다. 배터리 제조사마다 배터리의 형태에 따라 극판을 쌓는 방법 등에서 적용하는 기술에서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화성 공정은 배터리 성능을 평가하는 과정으로 배터리를 활성화시키는 공정과 검사, 그리고 최종 판매가 가능하도록 검수 및 선별이 이뤄진다. 화성 공정은 대규모 자동화 공정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협력사들의 배터리 장비 공급이 연기된 데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배터리 업계의 증설 연기가 이뤄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021년에 전년 대비 115% 증가했으나 올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434만24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시장에서는 "전기차 살 사람은 다 샀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재고가 증가하자 감산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 포드는 올해 말까지 60만 대를 목표로 한 전기차 생산량을 40만 대로 낮췄다. 제너럴모터스(GM)는 소형 전기차 모델인 볼트의 생산 중단을 일시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GM은 미시간주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을 1년 늦춘 데 이어 일본 혼다와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했다.

    때문에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배터리 생산을 줄이거나 증설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파나소닉은 지난 7월 9월가지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다. 파나소닉은 “테슬라 고가형 모델 S와 모델 X 전용 배터리 수요가 급속도로 하락했다"며 "일본 공장 일부 라인 가동이 중단되면서 재고량은 적정 수준을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 모터스(GM)가 합작으로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의 배터리 제조 공장의 가동 시기는 2024년 초로 연기됐으며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2공장 가동도 미뤄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사들과 계약 이후 초기 선수금을 받아서 장비 제작을 위해 자재, 인건비 등을 충당하고 나머지 계약금이 들어오는데 납기일이 밀리면 당연히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전기차 시장이 부진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들도 힘든데 비상장사들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