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조, 오는 9일부터 지하철 파업 예고"좀 더 일찍 출근해야 하나 벌써 고민"…한숨짓는 시민전문가 "지하철 공공재 성격 강해…파업은 최후 수단"
  • ▲ 시민들이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시민들이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은 대중교통 파업 예고일이 다가오면서 극심한 시민 불편이 예상된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사측의 인력 감축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오는 9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1~8호선 운영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양대 노총으로 구성된 서울교통공사노조 연합교섭단은 지난달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력감축과 외주화를 중단하고 올해 최소한의 안전 인력인 771명을 채용하지 않으면 파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사측은 적자 해소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며 2026년까지 공사 전체 정원의 13.5%인 2211명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MZ세대가 주축인 서울교통공사의 제3노조 '올바른노조'는 파업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바른노조는 지난달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조 간부의 무단결근이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고 화살을 돌렸다.

    기존 양대 노조인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노조 활동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급여를 지급하는 '타임오프제' 인원 제한을 위반하고 무단결근을 반복하는 것을 고발한 것이다. 올바른노조는 "기존 노조의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태가 계속된다면 우리가 주장하는 인력 부족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서울교통공사 양대노조연합교섭단과 조합원들이 10월 1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파업 찬반 투표 결과 발표 및 투쟁 방침 공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서울교통공사 양대노조연합교섭단과 조합원들이 10월 1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파업 찬반 투표 결과 발표 및 투쟁 방침 공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안 그래도 출근길 피곤한데"…한숨 내쉬는 시민들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은 지하철 총파업 예고에 한숨만 내쉬었다. 

    삼성역에서 만난 직장인 윤모씨(27.여.서울 관악구)는 "왜 매번 시민을 볼모로 파업하는지 모르겠다"며 "파업이 필요한 상황인 건 알고 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을 쓰면 안 되는 건지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김모씨(여.서울 영등포구)도 "계속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시민들로부터 정당성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과연 누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출근길을 볼모로 벌어지는 파업에 대한 피로감도 내비쳤다. 경기 하남시에서 서울 마포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지난번에도 경기도 버스 파업을 한다고 해서 조마조마했는데 이번에는 지하철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경기도 내 52개 버스 업체 노조가 소속된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전면 파업에 나설 것을 예고했으나 사측과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철회했다.

    지난달 25일 노사 합의서에는 준공영제노선 운수종사자와 민영제노선 운수종사자의 임금을 각각 4%와 4.5% 인상하고 준공영제로 전환되는 민영제노선 종사자에게도 준공영제 종사자 수준의 임금을 보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씨는 "파업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피곤한 출근길에 굳이 시민들을 볼모로 삼아 파업한다는 게 정말 골치 아프다"며 "배차 간격을 보고 좀 더 일찍 출근해야 하나 벌써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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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시스
    전문가 "서교공 노조 파업, 국민 신뢰 잃을 것"

    전문가들은 시민을 볼모로 한 노조의 파업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원만한 해결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이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국민들의 발인 지하철을 중단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민들한테 신뢰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절대로 자기들의 이익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며 "정당한 방법으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서울시도 노동자들의 급여나 복지 등을 일반 직장인의 평균 수준으로 맞춰줘야 하고 시장 경제의 원칙과 직원들의 평균 소득이나 급여에 따라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줘 원만하게 잘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드시 해야만 되는 파업인 지에 대해 문제 의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노동자로서 권리가 있는 거니까 파업 자체를 안 하게 할 수 없는 것이고 노동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라면서도 "특히 대한민국에서 지하철은 공공재 성격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공무원에 준하는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파업할 때도 협상을 지속해야 하고 마지막 남은 수단으로서 파업하는 게 맞다"며 " 노사 측이 충분히 협상했는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지하철 파업이 진행될 경우 평일 운행률은 노선에 따라 53.5%(1호선)에서 79.8%(5∼8호선)까지 유지된다. 공휴일에는 1∼8호선 모두 50%만 운행된다. 2008년 도입된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라 지하철은 노조 파업 시에도 전체 인력의 30% 수준의 최소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