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전국 4만4003가구 분양…올들어 최대 규모동대문·동작·성북 등 청약미달·미계약 '속출'고분양가 행진…실수요자 심리적 '저항선' 도달실거주의무 지속·고금리 장기화·대출축소 여파
  • ▲ '울산 다운2지구 우미린 더시그니처' 견본주택 내. ⓒ우미건설
    ▲ '울산 다운2지구 우미린 더시그니처' 견본주택 내. ⓒ우미건설
    연말로 접어들면서 건설사들이 묵혀놓은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주택공급량이 늘자 청약열기도 고조되는 분위기지만 높아진 분양가로 흥행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실거주의무 유지 △고금리 장기화 △특례대출 축소 등으로 청약통장 가입자수도 줄고 있어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월 분양예정인 공급물량은 52개단지, 총 4만4003가구로 수도권이 2만5520가구, 지방 1만8483가구다. 이는 올들어 월별기준 가장 많은 물량이다.

    다만 올초만 하더라도 세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행진'을 보인 서울 분양시장이 근래 들어 청약미달 단지가 속출하면서 흥행여부는 미지수다. 가파르게 오른 분양가격이 수요자가 생각하는 '저항선' 수준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지난달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787가구에 1만3280명이 몰리며 평균 16.8대 1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전용 20㎡, 59㎡E, 84㎡D·E 타입이 예비입주자 인원인 500%를 채 채우지 못해 2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이단지 평균 분양가는 3.3㎡당 3550만원으로 전용 84㎡기준 12억1280만원(타운하우스 제외)이다. 4월 '휘경 자이 디센시아(2930만원)' 같은평형 분양가격이 9억7600만원, 8월 '래미안 라그란데(3285만원)'가 10억99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개월새 2억원이상이 오른 셈이다.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건 이문 아이파크 자이뿐만 아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최초분양때 14대 1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당첨자 절반가량이 계약을 포기해 선착순분양에 나섰다. 해당단지는 전용 84㎡ 분양가격이 최고 13억9393만원에 달해 '배짱분양가'라는 지적을 받았던 곳이다.

    9월 선보인 서울 성북구 '보문 센트럴 아이파크'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78.1대 1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미계약물량이 다수 발생해 무순위청약을 진행하기로 했고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 역시 미계약자 속출로 무순위청약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서울 청약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 청약규제 완화, 서울 신축공급 부족 우려로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완판을 한 단지들이 많았지만 가파르게 오른 분양가격이 수요자 심리적 저항선에 다다랐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계약포기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자금부담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며 "과거 '묻지마청약'과 달리 프리미엄 형성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앞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적정성을 따져 보지 않은 탓도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 ▲ '논산 푸르지오 더퍼스트' 견본주택 내. ⓒ대우건설
    ▲ '논산 푸르지오 더퍼스트' 견본주택 내. ⓒ대우건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9월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200만원으로 1년전과 비교해 14.0%나 올랐다. 이는 HUG가 공표직전 12개월간 분양보증서를 발급한 민간 분양사업장 평균 분양가격이다.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올 3월부터 4개월연속 올랐다가 8월 전월대비 소폭 떨어진 3179만원을 기록했지만 9월 다시 상승하면서 평당 3200만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분양가를 산정할 때 쓰이는 기본형건축비는 지난해말 대비 3.8% 상승했고 땅값도 올 2분기 들어 오름세로 돌아선뒤 3분기에도 오르고 있다"며 "시장상황에 따라 미분양으로 흘러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전국단위에서 서울 미분양이 해소되고 있어 분양가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3월부터 시행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가 실거주의무 폐지 입법 미비로 사실상 무력화된 점 역시 청약시장 분위기 변화 이유로 꼽힌다.

    현행 실거주 2년 의무가 유지되면 투기수요는 물론 서민 아파트 매입의 주된 방식인 '전세 낀 매매'가 불가능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 유입도 차단된다. 대신 계획적으로 청약을 준비하고 자금을 마련해 온 실수요자 당첨 가능성을 높여 청약제도 기본취지를 잘 살리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올초만 하더라도 시장에 만연했던 '조만간 금리인하 기대'가 '고금리 장기화' 우세로 돌아서면서 부동산시장이 다시 냉각조짐을 보이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거래량은 8월 3852건에서 9월 3362건으로 줄었고 매도물량은 역대 최대치인 8만452채로 증가세인 걸 고려하면 적어도 11월부터 거래량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정부가 정책대출을 축소한 여파도 가볍지 않다. 1월말 출시돼 9억원이하 주택에 최장 50년간 최대 5억원을 빌려주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은 9월말 판매중단됐고 6억원이하 주택에 적용되는 특례론 일반형도 이달 3일부터 적용금리가 0.25%p 올랐다.

    이같은 분위기에 청약통장 가입자도 줄고 있다. 청약홈을 보면 9월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2724만으로 전월대비 1만8515명 감소했다.

    이는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를 합산한 것으로 2015년 9월1일부로 시행된 청약통장 일원화에 따라 현재 신규가입은 주택청약종합저축만 가능하며 나머지 3종은 기존가입자만 유지여부를 정할 수 있다.

    최근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세는 지난해 6월부터 15개월째 지속중이다. 지난해 4월 2857만명, 5월 2859만명, 6월 2859만명까지 늘었던 가입자수는 7월부터 줄기 시작해 1년3개월간 총 135만명이 이탈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분양가 인상속도가 가팔라지고 금융부담 비용도 늘어나다 보니까 수요층에 있어서 분양가 민감도가 굉장히 높아진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단지별로 가격경쟁력에 따라 청약흥행 희비가 많이 엇갈리는 양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