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24 업계 최초 조립식 모듈러주택 판매공기단축·품질향상·사고저감·친환경 장점삼성·포스코·DL·GS 등 시장 선점경쟁 치열
  • ▲ 국내 최고층 모듈러주택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현대엔지니어링
    ▲ 국내 최고층 모듈러주택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현대엔지니어링
    편의점 이마트24에서 '모듈러주택'을 판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립식주택 장점이 재조명 받고 있다. 저렴한 공사비와 짧은 공사기간외 이동성과 공간활용성 등 장점이 부각되면서 건설업계도 최신공법을 선보이며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마트24는 협업을 통해 YMK종합건설에서 만든 패널라이징주택 전용 52㎡(15평·단층)과 69㎡(20평·복층), 84㎡(25평·복층) 3가지 주택유형을 판매키로 했다.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전국 이마트24에서 이달말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휴대전화로 전송받은 URL로 3D견본주택에 접속해 주택안팎을 둘러보고 전문상담원과 상담후 결정하면 된다. 

    결제가 완료되면 설계와 인허가를 제외하고 이르면 2개월안에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패널라이징 공법이 적용된 모듈러주택이 설치된다.

    패널라이징 공법이란 벽·지붕·바닥 등 구성요소를 사전제작한후 구매자가 보유한 토지에서 현장조립하는 것으로 모듈러주택 기술중 하나다. 

    새로운 공법기술인 패널라이징은 건설업계서도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개 건설산업은 현장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노동자들이 모여 땅을 파고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는 식으로 건물을 짓는다.

    반면 모듈러주택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다. 현장에서 완성하는 기존 건설방식과 달리 공장에서 기존골조를 전기배선, 배관, 욕실, 주방, 온돌 등 집 구조의 70~80% 이상을 규격화된 모듈 유닛으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 옮겨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다.

    모듈러주택은 공사기간 단축, 시공품질 향상, 안전사고 저감,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등 장점이 많다. 특히나 최근 들어 인건비 상승과 기후변화 이슈가 불거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건설은 본래 노동집약적 산업인 만큼 인건비 상승은 공사비 인상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경우 자재 대부분이 공장에서 사전제작되는 데다 숙련된 인력의 필요성이 적어 균일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

    아직은 적은 물량 등으로 철근콘크리트 공법보다 공사비가 높은 편이지만 향후 모듈러주택이 '편의점 판매'와 같이 보편화하면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작단가를 기존방식보다 10~20% 낮출 수 있다.

    날씨와 계절 변화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공기도 30~50% 단축할 수 있다.

    예컨대 평균기온 4℃, 최저 0℃ 이하에 콘크리트를 치는 '한중타설'시에는 굳는 속도가 느려져서 강도 확보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한여름철 '서중타설'은 수화반응시 열 발생으로 수분이 지나치게 빨리 증발해 건조나 수축으로 인한 균열 발생 위험이 있다. 비 오는 날도 빗물이 섞일 수 있어 원칙상 타설 금지다.

    기존 공사장 주변의 소음과 분진 피해도 적고 정확한 예측을 통해 재료 낭비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추후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가능해 ESG경영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건설현장 붕괴·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한뒤 이에 대한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모듈러주택 90%이상은 재활용이 가능한 철골구조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방식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44%가량 줄어든다.
  • ▲ '구례 모듈러 주택단지' ⓒDL이앤씨
    ▲ '구례 모듈러 주택단지' ⓒDL이앤씨
    과거에는 단열이나 결로 등의 문제로 보편화에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시공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공법이 개발되면서 이 같은 단점들이 보완됐다.

    실제 미국, 영국, 싱가포르, 캐나다, 일본 등 해외에서는 주택건설산업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 조사결과 전세계 모듈러주택 건설시장은 지난해 193조원 규모에 이른다. 2032년까지는 약 37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는 2003년 모듈러학교 시범건립사업으로 처음 도입됐다. 포스코그룹이 2003년 서울 신기초 부속동을 지은 것이 최초였다. 그러나 원가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사업이 확장되지 못했다.

    그러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듈러주택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는 2020년을 전후로 국내 건설사들이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GS건설은 2020년 폴란드 단우드와 영국 엘리먼트 등 해외 모듈러주택 기업을 인수한 데 이어 모듈러 전문기업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하며 국내 모듈러 단독주택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선진 모듈러 업체를 인수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고 이번에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삼성물산은 북유럽 시장에서 모듈러사업 경쟁력을 보유한 라트비아 포트라프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일본 세키스이 하임과도 협약을 맺었다. 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모듈러 관련 협력을 약속했다. 네옴시티 등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지역 초대형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포스코이앤씨는 국내 최초로 모듈러공법을 적용한 '청담 뮤토'를 시작으로 △가양동 행복주택 △웅진백령 공공실버주택 △신내 콤팩트시티 등을 시공했다. 또 지난해 행정중심복합도시 6-3생활권에 임대주택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국내 최대 규모(416가구) 모듈러주택 사업 시공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듈러공법으로 고층 공동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특허 17건, 건설신기술 1건을 확보하고 있다. 13층 높이의 국내 최고층 모듈러주택인 경기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준공하기도 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발주한 '가리봉 구시장부지 복합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모듈러)'도 진행하고 있다.

    DL이앤씨는 2017년부터 모듈러 기술 개발에 들어가 40여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표준 모듈러 유닛을 마음대로 골라 원하는 평면을 계획할 수 있는 '멀티 커넥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서 전용 74㎡, 26가구 규모의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를 준공하기도 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고층아파트도 지을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이 쌓였지만 그동안은 제도나 인식 문제로 충분히 사업을 펼칠 수 없었다"며 "그러나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만큼 시장이 커져 시장 선점에 도전하는 건설사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모듈러주택 공급에 힘을 싣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모듈러주택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법특성을 고려해 기존규제를 개선하는 한편 지속적인 시장 확대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발주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토부는 2030년까지 연간 3000가구 규모의 모듈러주택을 공공 발주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매년 공공부문 발주계획을 세워 모듈러주택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공공부문 발주가 658가구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1000가구, 2025년에는 1500가구 등으로 늘려 2030년 3000가구까지 확대한다.

    뿐만 아니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하면서 이주대책을 위해 모듈러주택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내화기준, 친환경건축 인증제도, 인센티브 규정 등이 공업화 주택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설할 예정이다.